최근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물경제 지표는 강건한 모습을 보여준다. 2026년 7월4일 미국 뉴욕항에서 독립기념일 선박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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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은 진리처럼 통용된다. 과연 그럴까? 과학적 검증이 없다면 혼란이 올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2024년 초부터 시작된 하락이 끝없다. 최근의 수치는 심각하다. 2026년 5월 44.8을 기록했고, 6월엔 49.5를 찍었다. 5월 수치는 1952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사상 최저치다. 1980년 인플레이션 공포,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봉쇄 때보다 낮다. 이 지수만 보면 미국 경제가 대공황에 빠져 침몰할 것 같다.
하지만 실물 경제지표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한다. 5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9% 증가해 2025년 같은 기간보다 6.9%나 늘었다. 기업 실적은 더 눈부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84%가 예상치를 웃돌았고, 전체 이익은 20.7%나 늘었다. 고용도 양호했다. 5월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21만6천 건으로 역사적 저점 부근이며, 실업률은 4.3%를 유지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실시간 추정하는 ‘GDP나우(Now)’ 모델은 2분기 성장률을 연율 4.3%로 추정한다. 이들 지표가 가리키는 건 하나다. 미국 경제는 강건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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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25년 동안 심리지수와 실물지수는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하지만 2022년 이후부터는 양상이 바뀌었다. 경제는 2~3%씩 성장하는데 심리지수는 극심한 침체를 가리키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대체 뭐가 진실에 가까울까? 통계에 기반한 실물경제 지표는 일정 부문 팩트를 반영한다. 심리지수는 그렇지 못하다. 심리지수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
미시간대학 심리지수의 한계
미국에는 두 개의 대표적인 심리지수가 있다. 미시간대학과 콘퍼런스보드 지수다. 이론적으로 이들 심리지수는 같은 방향을 보여야 한다. 한데 그렇지 않다. 둘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2026년 5월 기준 미시간대학 소비자심리지수는 44.8로 1952년 이후 사상 최저치다. 반면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92.8로 장기 평균에 근접해 있다. 물론 핵심 평가 항목에서 차이가 나기는 한다. 미시간대학은 가계 재무 상태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에, 콘퍼런스보드는 고용시장 및 현재 비즈니스 여건을 중요시한다. 결국, 미시간대학은 심리적 인식에 방점을 두고 콘퍼런스보드는 상대적으로 객관적 수치에 집중한다. 그 차이가 지수에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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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대학 심리지수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이 지수는 당파에 따라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직후 공화당원 심리는 두 달 만에 67에서 93으로 급등했지만, 민주당원 심리는 78에서 56으로 폭락했다. 2024년 리치먼드 연은의 연구에 따르면, 정당에 따른 심리 격차는 45포인트였는데 이는 소득·연령·학력에 따른 격차보다 훨씬 컸다. 2026년 5월 조사를 분석해보면, 민주당 당원 응답자의 51%가 사상 최악 수준의 심리를 보였고, 약 25%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100%를 넘는다고 답변했다. 이는 경제적 예측이 아니라 정치적 항의에 가깝다.
조사 방식 변경으로 인한 통계적 왜곡도 거론된다. 미시간대학은 2024년 중반부터 조사 방식을 기존 전화면접 방식에서 100% 온라인 주소 기반 방식으로 바꿨다. 조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미국 우정공사의 공식 우편배달 주소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설문조사 초대장을 보낸다. 초대장에는 조사에 대한 설명, 온라인 설문 접속 링크, 정보무늬(QR)코드, 해당 가구만 쓸 수 있는 고유 접속 코드가 적혀 있다. 편지를 받은 사람이 조사에 참여하고 싶다면, 스마트폰이나 PC로 접속해 고유 코드를 입력하고 설문을 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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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조사원과 통화할 때와 홀로 화면에 입력할 때의 행동 양태가 다른 데서 생긴다. 통화할 때는 체면을 생각해 극단적 답변을 피하지만, 혼자 스마트폰이나 PC 화면을 보며 클릭할 때는 훨씬 극단적이고 비관적인 감정을 가감 없이 쏟아내기 쉽다. 게다가 우편함을 열어 편지를 읽고 애써 QR코드를 찍어 웹사이트에 접속해 설문을 마치는 사람들은 일반 대중과 성향이 다를 수 있다. 현재 상황에 불만이 많거나 정부의 경제정책에 화난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훨씬 더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자발적 선택 편향이다. 그 결과 응답자의 약 66%가 민주당 성향, 33%가 공화당 성향으로 표본이 쏠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유가 및 관세로 인한 실제 물가 압력
정치적 편향이나 통계 오류만이 원인은 아니다. 2026년 5월에는 무당층과 공화당원 심리도 같이 꺾였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고 관세 압박으로 생활비 부담은 가중됐다.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의 불만이 급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바닥을 기어도 실업률이 낮고 임금과 소매 판매 데이터가 견고하다면 실물경제와 기업 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2025년 11월28일 미국 뉴욕의 한 쇼핑몰에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 안내 문구가 내걸려 있다. REUTERS
온라인 주소 기반 조사는 우편물로 초대장을 보내고 온라인으로 답을 받는 통계학적으로 가장 최신의 정밀한 표본 추출 기법이다. 하지만 미시간대학 소비자심리지수의 경우 특정 성향의 사람이 더 많이 참여하는 표본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참여자는 자신의 불만과 비관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장으로 해당 조사를 이용하게 됐다. 이것이 이 지수가 실제 경제 상황을 반영하기보다는 감정을 대변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뻔하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소비자 심리가 사상 최악으로 떨어지자 그것이 실제 소비 침체로 이어질지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캔자스시티 연은은 2026년 2월 ‘느낌으로 예측하기: 소비자심리와 소비지출 간의 미미한 연관성’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과거 30년 이상의 미국 경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가계소비 지출을 예측하는 두 개의 수학모델을 만들어 시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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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모델: 오직 객관적인 실물경제 지표만 넣은 모델
심리 추가 모델: 기본 모델 데이터에 소비자심리 설문조사까지 추가로 넣은 모델
결론은 간단하다. 지난 30년 동안 두 모델의 소비지출 예측 정확도는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즉, 소비자심리 설문조사 데이터를 추가한다고 해서 미래 소비를 더 잘 맞히는 효과가 없었다. 설령 소비자심리지수가 폭락한 상태를 반영해도 향후 1~2분기 뒤 실제 소비 증가율 예측치는 기본 모델과 0.5%포인트 이내의 미미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쉽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소비자가 설문조사에서 아무리 “앞으로 지출을 줄이겠다, 경제가 최악이다”라고 비관적인 답변을 해도, 실제 거시경제 모델에서 향후 소비 예측치를 깎아내릴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심리 데이터와 실제 소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아주 약하다”고 인용한 게 바로 이 연구다.
연구는 2014년에도 있었다. 보스턴 연은이 2014년 발표한 ‘소비지출에 대한 소비자 태도의 예측력’이란 제목의 보고서다. 이 연구는 “왜 심리지수는 실제 소비를 예측하지 못할까?”에 대한 경제학적 원인을 파헤쳤다. 핵심은 펀더멘털이 감정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펀더멘털은 현재의 소득, 고용 상태, 보유 자산을 말한다. 이들이 미래 소비의 결정인자이지, 심리지수는 미래 소비 예측력이 통계적으로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해보자. 소비자가 설문조사에서 “물가가 높고 정치가 엉망이라 경제가 망할 것 같다”고 답변하더라도, 현재 고용이 안정돼 매달 월급을 받고 있고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자산도 오르고 있다면 설문조사 답과는 반대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의 외식과 쇼핑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심리지수가 바닥을 기어도 실업률이 낮고 임금과 소매 판매 데이터가 견고하다면 실물경제와 기업 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다.
심리와 소비의 낮은 상관관계
이 연구 결과들은 현대의 소비자가 두 가지 자아를 갖고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시적으로 국가경제를 바라볼 때는 비관적인 비평가가 되지만, 당장 자신의 일자리고 안전하고 계좌에 안정적인 잔고가 있다면 삶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쓰는 합리적 소비자가 된다. 중요한 건 설문조사의 심리가 아니다. 소득, 고용, 자산이라는 펀더멘털이 경제를 구성한다.
흔히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을 한다. 맞다. 다만 우리가 말하는 심리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설문지 속 심리와 지갑 속 심리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표출된 감정과 행동하는 심리를 구별해야 지표 해석을 정확히 할 수 있다. “경제는 심리다”라고 할 때의 심리는 실제 소비 욕구와 미래에 대한 본능적 베팅을 뜻한다. 하지만 미시간대학 소비자심리지수 같은 설문조사가 측정하는 심리는 사람들의 표면적 감정을 의미한다. 물가도 비싸고 정치인도 마음에 안 들고 세상이 엉망이라 경제가 최악이야 등은 감정일 뿐이다. 반면 그래도 이번 주말에 가족 외식은 해야지, 내일 회사에 출근할 거고 월급도 나오니까 등은 실제 지출로 이어지는 행동하는 심리다.
“경제는 심리다”라고 말할 때 그 심리가 실제로 소비자 펀더멘털 변화로 발생했는지를 명확히 해야 정확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단순한 감정 변화라면 의미가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시간대학 소비자심리지수이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maporiver@gmail.com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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