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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픈AI가 바꾼 '부의 공식'… 직원도 IPO 전 '수억대 현금화'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Stripe)는 IPO를 미루는 대신 직원들이 보유 지분을 외부 투자자들에게 매각할 수... 미국 빅테크가 스톡옵션과 지분 보상을 중심으로 자산 형성이 가능한 구조를 제공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오픈AI가 바꾼 '부의 공식'… 직원도 IPO 전 '수억대 현금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THE Biz(더비즈)=안채영 기자] 한때 실리콘밸리의 성공 공식은 기업공개(IPO)였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오픈AI 전·현직 직원 수백명이 IPO 이전 자사주 매각만으로 수백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오르면서, AI 붐이 ‘월급 노동자’의 부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PO 전 주식 현금화… AI가 바꾼 실리콘밸리의 부의 공식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 전·현직 직원 600여명은 지난해 10월 공개매수(텐더오퍼)를 통해 총 66억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현금화했다. 이 가운데 약 75명은 1인당 최대 한도인 3000만달러(약 438억원)를 모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은 남은 지분을 기부자조언기금(DAF·Donor-Advised Fund)에 편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동시에 세금 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AI 붐으로 예상치 못한 부를 얻은 일반 직원들까지 자산 관리와 절세 전략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매각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장 이전 단계에서 일반 직원들까지 대규모 자산을 현금화했다는 점이다. 오픈AI는 기본적으로 주식 2년 보유 제한을 두고 있으며,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입사자들에게는 이번이 사실상 첫 유동화 기회였다.

오픈AI는 최근 몇 년간 제3자가 전·현직 직원들의 보유 주식을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여러 차례 허용해왔지만, 이전까지는 1인당 매각 한도를 1000만달러로 제한했다. 하지만 AI 업계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지난해 한도를 세 배인 3000만달러로 확대했다. 핵심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한편 오픈AI의 기업가치 상승 속도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회사는 지난 3월 기준 약 8520억달러(약 117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평가됐다. 7년 전 회사가 처음 주식을 발행했을 당시부터 재직한 직원들은 보유 지분 가치가 100배 이상 뛰어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재 확보 경쟁이 과열되며 미국 빅테크 업계에서 초고액 보상과 스톡옵션을 받은 핵심 연구자들이 새로운 ‘AI 부유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월급보다 지분”… AI가 만든 새로운 부의 계층과 몸값 전쟁

업계에서는 AI 시대의 핵심 보상이 더이상 ‘고액 연봉’이 아니라 ‘지분 가치’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오픈AI 사례처럼 IPO 이전 단계에서 일반 직원들이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되는 일이 현실화하면서, 실리콘밸리 안팎에서는 AI 산업이 새로운 부의 계층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비상장 유니콘 기업들을 중심으로 직원 대상 공개매수 문화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Stripe)는 IPO를 미루는 대신 직원들이 보유 지분을 외부 투자자들에게 매각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공개매수를 진행했고, 스페이스X 역시 정기적인 지분 거래를 통해 초기 직원 상당수가 이미 거액의 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 역시 “역사상 어떤 기술 붐도 상장 이전 단계에서 이 정도 규모의 부를 많은 직원들에게 안겨준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닷컴버블 시기에는 수백개 인터넷 기업이 상장했지만 상당수 직원들은 보호예수 기간에 묶여 오랜 시간 주식을 현금화하지 못했고, 일부는 거품 붕괴로 잠재적 부를 실현하지 못한 채 끝나기도 했다.

반면 AI 스타트업들은 상장 전에도 직원들이 보유 지분 일부를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공개매수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 중심이었던 스타트업 부의 창출 구조가 이제는 핵심 연구자와 일반 직원층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AI 연구자들은 과거 월가 트레이더나 프로 스포츠 선수처럼 ‘스타 인재’로 재평가되고 있다. 피터 덩 오픈AI 전 부사장은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AI 연구자들이 스타 운동선수처럼 대우받고 있다”며 “급여와 스톡옵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프런티어 AI 연구자들이 대기업 CTO나 창업자 지위를 내려놓고도 오픈AI·앤트로픽 등 핵심 연구조직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 “이제 AI 인재에게 중요한 것은 직함이 아니라 지분과 컴퓨팅 자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K-테크 파트너십 데이’ 행사 현장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도 번지는 AI 인재 전쟁… 커지는 해외 유출 우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AI 인력은 약 5만7000명 규모로 늘었지만, 낮은 보상 수준과 해외 유출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국내 AI 인력 가운데 해외에서 근무하는 비중은 16% 수준으로, 약 1만1000명이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미국에서 근무 중인 AI 인력은 약 630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러한 유출의 배경에는 보상 구조의 격차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빅테크가 스톡옵션과 지분 보상을 중심으로 자산 형성이 가능한 구조를 제공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연봉 중심 보상 체계에 머물러 있어 자산 성장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실제 AI 기술 보유 여부는 해외 취업 가능성을 약 27%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AI 인력의 임금 프리미엄은 약 6% 수준으로 미국(25%)·캐나다(18%)·영국·프랑스(각 15%)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한국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수준이 핵심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AI·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 반도체 인력 채용 게시글을 직접 올리며 칩 설계와 반도체 생산, AI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기술 인력을 확보해 AI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봉이 부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지분과 기업가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AI 산업이 인재의 보상 체계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의 경계를 동시에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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