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청년 AI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용산공원 부지와 그린벨트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대신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용산공원 어린이정원 일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서울시에 인허가권이 없다. 권한이 있어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원칙론적인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처음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녹지 면적이 정말 턱없이 부족했다”며 “남산, 북한산, 북악산이 보이니까 녹지가 적지 않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 생활권 녹지는 전 세계 대도시 평균에 비춰볼 때 굉장히 적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용산 미군기지 부지가 비어 녹지로 만든다는 게 가능해졌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보존하고 있는데, 주택 사정이 녹록지 않다고 해서 도심 한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녹지에 손을 대려 한다”며 “이런 일에 찬성할 시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오 시장은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이미 2년 전 윤석열 정부 시절 서울시가 서리풀 1·2지구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하면서 ‘이번 동의가 마지막 물량’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미 동의한 2만가구 건설부터 충실히 이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순증은 8만7000가구”
오 시장은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만나 서남권 준공업지역 개발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남권 영등포·구로·금천구 준공업지역의 활용 가치를 높여달라는 제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며 “서울시는 이미 서남권 대개조 프로젝트를 통해 용적률을 250%에서 400%로 높여 2만7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개발이 가능한 지역은 산업단지 비율을 낮춰주면 토지 소유주들이 아파트를 짓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국토부 지침 개정을 건의했고 김 실장이 끄덕끄덕하고 가셨으니 이번 조치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기존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름 자체가 용산국제업무지구”라며 본래 조성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애초에 국토부와 6000가구로 합의했던 것을 (국토부가) 1만가구를 얘기해 8000가구까지 타협안을 제시한 상태”라며 인허가권을 가진 용산구와의 협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재개발·재건축 방해만 안 해도 시장 안정”
오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재개발·재건축의 공급 효과에 회의적인 인식을 보인 데 대해 “완전히 잘못 알고 말씀하셨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서울 시내에서 재개발·재건축을 마쳐 입주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재건축은 44%, 재개발은 27% 물량이 늘어났다”며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백서로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서울에서 400여곳의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2031년까지 31만가구가 착공되고 기존 22만가구가 철거돼 8만7000가구가 순증하는데 이를 부인하고 계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이주 수요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 부작용이 두려워서 하지 않으면 순증 물량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사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다. 이게 무서워서 아예 사업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완화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오 시장은 “꼭 필요하다”며 “재개발·재건축 이주를 앞둔 단지는 대출을 풀어주는 것이 사업을 더 빨리 진행하고 서울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는 언제든 주택 공급 문제를 놓고 협의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열심히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을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훨씬 더 부동산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가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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