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 넘어선’ 전자 오비탈 교환상호작용으로 자성 제어 가능성 제시
‘저전력·초고속’ 차세대 메모리·자성소자 구현 ‘핵심 이론’ 마련
KAIST·연세대 공동연구…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게재
좌측부터 KAIST 이근희 박사, 김경진 교수, 연세대 김경환 교수. /KAIST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발열을 줄이고 전력 소모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차세대 ‘꿈의 메모리’ 구현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KAIST와 연세대 공동연구팀이 전자의 ‘오비탈’ 교환상호작용을 이용해 자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 체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면서 차세대 초고속·저전력 반도체 기술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 ‘스핀 중심’ 자성제어 한계…오비탈에서 새로운 해법 찾다
KAIST(총장 이광형)는 물리학과 이경진 교수와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김경환 교수 공동연구팀이 전자의 ‘오비탈 교환상호작용’을 통해 자성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 체계를 정립했다고 16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차세대 메모리 연구는 전자의 ‘스핀(spin)’ 성질을 활용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스핀은 전자가 작은 팽이처럼 스스로 회전하며 만들어내는 물리적 특성으로, 그 방향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자는 동시에 원자핵 주위를 도는 궤도 운동을 하며 ‘오비탈(orbital)’이라는 또 다른 성질을 가진다. 연구팀은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오비탈 에너지가 자성체의 오비탈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자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스핀 기반 기술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자석의 성질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 전류로 ‘자석 물성’까지 제어…차세대 전자소자 기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전류가 단순히 자석의 방향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자석이 특정 방향을 선호하는 성질이나 회전 특성 등 고유한 물성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특히 계산 결과 오비탈을 활용한 자성 제어 효과가 기존 스핀 기반 방식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는 향후 반도체 소자에서 스핀 대신 오비탈이 핵심 역할을 하는 ‘오비탈 기반 전자소자’ 시대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연구팀은 이러한 이론을 실제 실험에서 검증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해 향후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교자성 물질’에도 적용…차세대 반도체 설계 토대
이번 연구는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교자성(Altermagnet)’ 물질 연구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교자성은 전자의 스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규칙적으로 배열된 새로운 형태의 자성 물질로, 겉으로는 자석처럼 보이지 않지만 전자의 움직임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전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고속·저전력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 소자 개발에 유리한 물질로 평가된다.
연구 제1저자인 이근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전류로 자성을 제어할 때 반드시 ‘스핀’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며 “전자의 궤도 운동인 오비탈을 활용해 자성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관점은 차세대 초고속·저전력 메모리 개발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이근희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세대 김경환 교수와 KAIST 이경진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월 2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계도전 R&D 프로젝트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SRC), 신진연구자지원사업,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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