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무산 뒤 지정학 리스크·유가 급등 반영
삼전·현대차·LG에너지 등 시총 상위주 약세
WTI 104달러 돌파, 브렌트유도 100달러선
13일 오전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원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는 미·이란과 이스라엘 간 휴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하락 출발했다. 협상 무산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국제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1.59포인트 내린 5737.28에 개장했고, 코스닥은 16.78포인트 하락한 1076.85로 장을 시작했다.
오전 9시 45분 기준 코스피는 낙폭을 일부 축소하며 전 거래일 대비 63.47포인트(1.08%) 하락한 5795.40을 기록 중이다. 수급에서는 외국인 3586억 원, 기관 1592억 원이 동반 순매도에 나선 반면 개인은 4641억 원 순매수로 대응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혼조세다. 삼성전자 20만 750원(-2.55%), 현대차 48만 2500원(-1.43%), LG에너지솔루션 40만 6500원(-1.33%) 등이 하락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103만 500원(+0.34%)으로 소폭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장 초반 약세로 출발했지만 빠르게 반등하며 같은 시각 전 거래일 대비 2.12포인트(0.19%) 오른 1095.75를 기록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최근 이어졌던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약화되면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말 중 미-이란 1차 협상 결렬 소식, 미국 3월 PPI 등 인플레이션 지표, 뉴욕 연은 등 주요 연준 인사 발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미국 금융주 실적, 국내 외국인 순매수 지속력 여부 등에 영향을 받으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주간 코스피 예상 레인지는 5600~6050포인트”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바다를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 협상 결렬에 유가 급등…'이중 봉쇄' 리스크 부각
이번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이란 간 첫 종전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다. 양측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약 21시간에 걸친 협상을 진행했으나 핵심 쟁점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협상 결렬 이후 “이란이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오거나 떠나는 모든 선박을 봉쇄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미 중부사령부 역시 이란 항구를 오가는 해상 교통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밝히면서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이에 맞서 이란 측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이중 봉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8% 상승한 배럴당 104.20달러, 브렌트유는 7% 이상 오른 101.86달러에 거래되며 다시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직 시장이 상정하는 극단의 공포 구간이 고착된 것은 아니다”며 “WTI 115달러 이상 구간이 장기간 이어질 때 비로소 한국 증시에 대한 판단을 한 단계 더 보수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전까지는 충격의 존재와 추세 훼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 미 증시 혼조 마감…반도체 업종만 강세
한편 지난 마지막 거래일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0.35% 상승한 2만 2902.89포인트를 기록한 반면, S&P500 지수는 0.11% 하락한 6816.89포인트, 다우존스 지수는 0.56% 내린 4만 7916.57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는 S&P500과 나스닥이 각각 3.6%, 4.7% 상승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4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4.8%로 상승하며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강세를 이어갔다. TSMC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5% 증가하며 AI 칩 수요 확대를 재확인했고, 엔비디아 2.63%, 브로드컴 4.69%, AMD 3.55% 등 주요 반도체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 역시 반도체 업종이 일부 방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투자심리는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좌우되는 모습이다.
향후 추가 협상 진전 여부와 유가 흐름에 따라 시장 방향이 다시 결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은 지정학적 정세 흐름에 따라 등락이 반복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늘경제 안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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