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민선 8기부터 공들여왔던 ‘충북형 돔구장’ 건립 사업에 대해 포기를 선언했다.
도는 지난 22일 문화체육관광부의 돔구장 후보지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막대한 건립비와 운영비, 부족한 스포츠 수요, 장기 재정 부담이 이유다.
김영환 전 지사 시절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된 5만석 규모 다목적 돔구장은 사업비만 1조167억원으로 추산됐다.
청주시와 함께 돔구장 건립의 필요성, 사업 추진 방안과 재정 부담 문제 등에 대한 검토도 상당 부분 진행했다. 도지사와 청주시장이 야당 소속에서 여당으로 바뀐 민선 9기 들어서도 의지가 확고했다.
정부가 지난 14일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돔구장 1곳(4만석 이상)과 중규모 돔구장 1곳(2만석 이상 4만석 미만)을 2034년까지 건립하는 내용의 사업 공모에 나서자 충북도의 응모가 예상됐다.
정부 공모가 거액의 예산을 충당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을 연계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고, 충남도는 천안아산역에 5만석 규모 대형 돔구장을 짓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세종시는 중형 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수조 원대 토목 쇼맨십과 지역 개발이라는 장밋빛 환상이 고개를 드는 듯했다.
정부는 오는 12월 8일까지 신청 접수를 받아 9~14일 서면 평가, 17~28일 현장실사를 거쳐, 12월 말 후보지 선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도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돔구장 건립 사업 전면 철회를 선언하고 나서 변곡점을 맞았다. 민선 8기 집행부가 야심 차게 띄웠던 ‘5만석 돔구장’의 환상은 정권 교체 이후 현실 행정의 차가운 계산 앞에 여지없이 좌초됐다.
문체부가 지난 9일 사전 설명회에서 국비 지원 비율이 30% 정도라고 밝히면서 대규모는 7000억원 이상, 중규모는 3500억원 이상을 지자체가 감당해야 해 재정이 열악한 충북도 등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규모 돔구장은 건립비 1조원과 연간 운영비 400억원, 중규모는 건립비 5000억원과 연간 운영비 150억원이 각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저도 최소 추산일뿐 실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크다.
돔구장은 스포츠 경기와 대규모 공연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으나 충북은 프로구단 등 흥행성을 담보하는 안정적인 스포츠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다.
결국 미래 세대에 수천억 원의 빚더미를 안기고 1년 중 대부분을 ‘텅 빈 적자 유령 시설’로 방치할 것이 자명하다.
도는 돔구장 건립 사업을 포기하면서 민선 9기 신용한 지사의 공약인 ‘K-팝 아레나 건립 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도는 이 사업을 중장기 과제로 분류하고 민간 자본 유치 등을 통해 K-팝 전천후 복합 아레나 건립과 주변 복합개발(상업·숙박)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야구장이라는 특수목적 시설보다는 유지가 적고 대규모 콘서트를 유치할 수 있다는 명분이다.
추산 사업비는 5000억원, 방식은 수익형 민자사업(BTO)이다.
하지만 아레나 역시 현실의 벽은 높고 험난하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절대적 수요가 한계다.
민자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민간이 지은 시설은 이용료와 재정 보전으로 투자비를 회수한다. 쇼핑·숙박 개발 이익은 사업자가 챙기고, 적자와 위험은 도민이 떠안는 구조가 되기 쉽다.
따라서 K-팝 아레나 역시 철저한 수요 예측과 경제성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치적 쌓기용 장밋빛 환성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지역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실리 행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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