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조각가로 평가받는 정관(井觀) 김복진(1901~1940) 작품으로 추정되는 조각품 ‘웅크린 아이’가 발견됐다.
높이 23㎝와 길이 30㎝의 소형 캐스팅 작품으로, 전라의 소년이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린 모습 속에 고독과 슬픔, 내면의 고뇌가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
무엇보다 작품 안쪽 허벅지에 새겨진 ‘井觀 37’이라는 글자가 김복진의 1937년 작품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동양일보와 조각가김복진기념사업회는 이 작품에 대해 공식 검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검증은 △조각가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1차 현장 검증 △충북대 등 전문 연구기관의 과학적 분석 △문화체육관광부 등 국가기관 최종 확인 등 3단계 절차로 진행된다.
이는 단순히 한 작품의 사실 여부를 가리는 절차가 아니라, 한국 근대미술사의 공백을 메우는 역사적 작업이 될 수 있다.
김복진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에 한국 조각의 기틀을 세운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 대부분은 금속 공출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라졌다.
현재 실물로 확인되는 작품은 금산사 석고미륵여래입상과 계룡산 소림원 석고 마케트, 예산 정혜사 관음보살좌상, 세브란스의전 러들로 교수 퇴임 기념 청동 흉판 등 네 점뿐이다.
나머지는 사진과 기록으로만 존재한다.
학계는 그의 왕성한 활동을 고려할 때 수백 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기에 이번 발견은 단순한 ‘한 점의 귀환’이 아니다.
전국 어딘가에 숨어 있을 또 다른 작품들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웅크린 아이’가 진품으로 확정된다면, 충북 미술사뿐 아니라 한국 근대미술사 전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김복진의 예술 세계를 복원하는 것은 단순히 한 조각가의 업적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다.
이는 한국 근대 조각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일제강점기와 전쟁으로 인해 잃어버린 문화적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다.
더 나아가 지역 문화예술계가 주도해 국가적 검증 프로젝트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충북이 한국 미술사의 중심 무대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검증 과정은 무엇보다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섣부른 판단은 오히려 역사적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각가와 과학자,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다층적 검증은 필수적이다.
또 언론이 밀착 취재해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문화유산 복원의 사회적 의미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김복진 작품은 단순한 예술품을 넘어, 시대의 아픔과 민족의 정체성을 담아낸 기록이다.
‘웅크린 아이’가 진품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한국 근대미술사의 잃어버린 한 페이지를 되찾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동시에 전국에 흩어져 있을 또 다른 작품들이 발굴될 가능성을 높여, 김복진의 예술 세계를 온전히 복원하는 길을 열게 된다.
문화는 기억이다.
기억을 되찾는 일은 곧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번 검증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돼 ‘웅크린 아이’가 진품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이 과정이 한국 근대미술사 공백을 메우고, 충북이 그 복원 출발점으로 기록되는 역사적 순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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