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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거리] 망설임

그 망설임이 인공지능(AI)에 없고 인간에게 있는 미덕이라니. 김애란 작가는 15일 MBC 에 출연해 AI에 없는 것으로 망설임을 지목했다. 그는 "유려하고 빠른 AI의 조언보다 인간의 투박한 침묵이 더 위로가 된...

[오거리] 망설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단어 ‘망설임’이 매력적인 작가 덕에 새삼 어여삐 다뤄지고 있다. 이리저리 생각만 하고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다? 대부분 일상에서 하찮은 대접을 받았을 모습이다. 우유부단, 결정 장애 같은 말에서 다가오는 선의 같은 것은 없다. 그 망설임이 인공지능(AI)에 없고 인간에게 있는 미덕이라니.

김애란 작가는 15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AI에 없는 것으로 망설임을 지목했다. 그는 “유려하고 빠른 AI의 조언보다 인간의 투박한 침묵이 더 위로가 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망설임… AI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가장 망설임 없는 직업군 후보로 기자를 꼽을 듯하다. 특별히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는 이들은 만사에 개입하고 평가하며 단정하곤 한다. 그 단호함은 이 동네에서 종종 능력으로 치환된다.

돌이켜보면 망설이고 서성이지 않은 잽싼 결론이 고된 취재와 검증을 밀어낸 일도 허다했을 것이다. 그런 결과물이 쌓인 끝은 불신이다. 김애란 작가는 손석희 앵커 브리핑 중 하나를 좋은 망설임 사례로 꼽았지만 그는 이 업계에서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그나마 경남도민일보 구성원으로서 이 조직이 망설임과 주저함에 꽤 관대하다는 점은 간증할 수 있다. 손석희 앵커만큼 국내에서 드문 시민 주주 언론사가 제공하는 혜택이다. 그 혜택에 걸맞은 결과물을 꾸준히 내놓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자질 부족이다. 그래도 그 언덕에 오래 비비다 보니 감히 밖에서 이런 말도 하고 다닌다.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강의에서 저널리즘을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삶과 삶을 둘러싼 세상이 얼마나 어렵고 또 어려운지 성실하고 사려 깊게 풀어내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가 탁월한 게 이 주절주절 늘어놓은 말을 ‘망설임’ 한마디로 정리하고 설득해낼 수 있어서다. 그 방송 이후 사람과 인공지능 경계를 확인하는 저마다 정의와 근거를 흥미롭게 듣고 있다. 대부분 인공지능이 아직 할 수 없는 것을 뒤지는 듯하다. 그 와중에 망설임조차 질문 종류에 따라 답변 시간을 조정하는 것으로 AI가 구현할 수 있다는 동료 반론에 한 번 웃었다. 아직 웃는 AI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르겠다. 어쨌든 한 번 더 망설이다 이렇게 정리해봤다.

“보편적 선의를 향한 비합리적 선택.”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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