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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현장에서] 군악 130년, 찬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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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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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경 작곡가·예술감독
조용경 작곡가·예술감독
음악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자, 공동체의 정체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특히 국가의 의장과 군례 그리고 국난 극복의 역사 현장마다 웅장하게 울려 퍼졌던 군악은 기능적 음악을 넘어 한 나라의 호국 정신과 문화적 기상을 상징해 왔다. 지난 7월 2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2026년 국방부 군악대대 정기연주회 ‘HERITAGE : The Patriotic Resonance’는 그동안 우리가 군악에 대해 가져왔던 타성적인 관념을 단번에 깨뜨리며, 대한민국 군악 130년의 역사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국방부 군악대대는 그동안 국악에서부터 오케스트라, 성악 그리고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협연 무대를 더하며 국민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유명 초청가수나 군 복무 중인 연예병사들이 함께 참여하며 군악대 공연에 친근함과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는 군악의 폭넓은 가능성을 알리는 데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다만 이러한 구성 속에서 군악대원들의 연주와 군악 본연의 정체성이 무대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주회는 군악의 본질적인 정체성과 대원들의 존재를 무대의 중심에 바로 세운 수작(秀作)이었다. 오롯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선 군악대원들은 취타대의 기개 넘치는 연주부터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합주까지 유감없이 펼쳐냈다. 대원들의 땀방울은 무대 위에서 눈부시게 빛났고, 하나되어 만들어낸 웅장한 울림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대한민국 군악의 역사는 1896년 대한제국 서양식 군악대의 첫발을 시작으로, 1900년 고종 황제의 칙령에 의해 정식 창설되며 기틀을 갖추었다. 이번 연주회는 ‘군악의 정체성’이라는 강력한 메시지 아래 일제강점기의 수난과 광복,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이어져 온 130년 군악의 궤적을 ‘Heritage(유산)’라는 하나의 또렷한 철학으로 꿰어냈다. 특히 공연 장소로 서양식 대형 복합공연장이 아닌 국립국악원 예악당을 선택한 점은 가히 상징적이다. 대한민국 군악의 뿌리가 서양의 브라스밴드에만 머물지 않고, 조선시대 왕의 행차와 군령을 전했던 ‘취타대’라는 전통의 핏줄과 맥을 같이한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AI 영상으로 되살아난 ‘원행을묘정리의궤 반차도’의 움직임부터 사신도, 천마 그리고 한국적 미감을 담은 영상은 전통에서 출발해 현대 창작으로,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음악적 서사를 시각 예술로 재현했다. 징으로 시작한 대취타의 장엄한 울림은 서양·국악·전자악기가 어우러지는 거대한 사운드로 확장되어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시대의 ‘호국의 울림(Patriotic Resonance)’을 완성해 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유물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끊임없이 해석하고 계승할 때 비로소 숨 쉬는 유산이 된다. 2026 국방부 군악대대 정기연주회 ‘HERITAGE : The Patriotic Resonance’는 전통을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깊이 위에서 현대적 감각을 더해 미래의 군 문화 예술이 나아갈 길을 당당히 연주했다.
130년 동안 이 땅을 지켜온 군악이 그 뿌리를 되새기며 미래 세대에게 전달될 찬란한 유산으로 다시 태어난 순간이다. 깊은 울림과 명확한 확신으로 차오른 이번 무대에 아낌없는 찬사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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