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 안팎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식에 합의하면서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연봉 1억원 수준의 반도체 직원이 최대 6억원대 특별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과거와 차원이 다른 보상 체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TSMC는 AI 반도체 경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각각 38조원, 85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확대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를 둘러싼 성과급 논쟁이 확산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AI 메모리와 첨단 파운드리 증설 경쟁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TSMC·마이크론은 투자 확대…삼전·하이닉스는 현금 유출 부담
연합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특별경영성과급을 영업이익의 10.5% 수준으로 지급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영업이익 10% 지급 원칙을 이미 제도화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올해 초 2025년 실적 기준으로 평균 1억5000만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AI 메모리 호황이 이어질 경우 내년에는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수준 지급 가능성도 거론한다.
문제는 이 규모가 단순 보상 차원을 넘어 기업의 투자 여력과 직접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추산대로라면 SK하이닉스는 2년 동안 누적 65조원 안팎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게 된다. 반도체 팹 1개 건설 비용이 약 20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첨단 생산라인 3개 이상을 지을 수 있는 자금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공격적으로 현금을 축적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올해 설비투자를 250억달러(약 38조원)로 확대했고, 미국 뉴욕 메가팹에 향후 20년간 최대 15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TSMC도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560억달러(약 85조원)까지 끌어올렸다.
○ “해외는 성과·주가·장기근속 연동”…국내는 일괄 지급 구조
글로벌 빅테크들의 보상 체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TSMC는 영업이익의 최소 1%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기준만 두고, 사외이사 중심 위원회가 최종 지급 규모를 결정한다. 지난해 TSMC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약 9조6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의 10.6% 수준이었다.
다만 미국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은 개인 성과, 수익성, 주가, 장기 성장률 등을 함께 반영한다. 애플과 엔비디아는 상대 총주주수익률(TSR), 매출 성장률, 영업이익 증가율 등을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메타와 구글은 세밀한 개인평가 체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 방식도 현금 일괄 지급보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스톡옵션 중심이다. 핵심 인재에게 수년에 걸쳐 주식을 지급해 장기 근속과 기업가치 상승을 동시에 유도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이번 합의안에서 일부 자사주 지급 및 매각 제한 조건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해외 경쟁사 대비 현금 비중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 “942만원 vs 176만원”…반도체 호황이 키운 격차
성과급 논쟁은 노동시장 내부의 임금 양극화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 제조업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 상용직 월임금총액은 942만원이었다. 반면 300인 미만 사업장 임시일용직은 176만원에 그쳤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5배 넘는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약 1억5800만원, SK하이닉스는 약 1억8500만원 수준이었다. 여기에 수억원대 특별성과급까지 더해질 경우 일반 제조업 정규직 평균과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과거 특별급여는 연봉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연봉의 5~10배 수준까지 거론된다”며 “경제적 박탈감을 넘어 사회적 위화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주주 몫 침해” 논란…임시주총 요구까지
주주권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성과급 지급 방식이 사실상 이익 배당 성격이라며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노사가 합의할 사안이 아니라 주주 승인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기존 EVA(경제적부가가치) 기반 성과급 체계가 지나치게 불투명했다는 불만도 컸다. 회사가 변수와 계산 방식을 공개하지 않아 직원들이 “깜깜이 산정”이라고 반발했고, 결국 단순하고 직관적인 영업이익 연동 방식을 요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거액 성과급 논란이 버틸 수 있어도, 업황이 꺾이는 순간 투자와 비용 구조 부담이 동시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대만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리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현금 유동성과 장기 투자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다음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