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개호 국회의원./남도일보 DB
국내에서 소셜미디어인 유튜브의 사용자 수는 4천678만명으로 4천823만명을 기록한 카카오톡에 이은 2위에 달한다. 1인당 유튜브 사용시간도 월평균 40시간으로 전세계 평균시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에 대한 국내 소비가 증가하면서 소위 ‘사이버카(견인차)’로 불리는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렉카란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 현장에 신속하게 이동해 사고를 수습하는 레커차에서 유래한 것으로 온라인에서 사건과 논란이 발생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들어 편집한 영상을 게시해 비하·비난하는 채널이다.
확인되지 않는 제보와 의혹을 영상화하고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작은 이미지)로 클릭을 유도한다. 타인의 사생활과 피해를 수익으로 전환하며 해명과 반론까지 후속 콘텐츠로 소비하는 방식이다. 사실확인보다 빠르게 이슈를 선점하여 초기 전송되는 흐름과 관심을 독점한 후에 해명 방송에 대한 반론을 다시 영상화해 이슈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연장한다. 뿐만 아니라 동종 채널 간 카르텔을 형성하여 의혹을 상호 교차 인용 및 증폭을 시킨다.
심지어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도 콘텐츠로 활용한다. 피해자의 고소나 경고에 대해 ‘탄압받는 피해자’구도로 포장해 후원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최초 폭로 원본은 단 하나지만, 이를 통해 복제·확산되는 피해 콘텐츠는 수백 개로 증식한다. 이런 폐해가 가능한 것은 플랫폼 시스템의 모순이다. 내용의 진실성이나 정확성 보다 반응성이 보상받는 기형적 구조이기 때문에 알고리즘은 진실을 판단하지 않고 오직 이용자의 분노와 반응을 확대 재생산만 하는 것이다.
이런 폐해의 주요 사례를 보면,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여론의 판결로 사업과 일상이 무너진 ‘장사의 신’ 사건이나 단순한 조회수 목적으로 했던 폭로가 금전을 직접 요구하는 범죄적 협박으로 변질된 ‘쯔양 협박 갈취’ 사건 등이다. 일부 유튜버의 반복 폭로는 사회적 폐해의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정치인, 연예인, 사업가 등을 대상으로 검증되지 않는 익명 제보를 기반으로 의혹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폭로해 왔다. 자극적 폭로를 통해 라이브 방송 중 '슈퍼쳇' 후원을 유도한다. 논란이 확산될수록 후속 공격 방송으로 수익을 극대화 한다.
문제는 사후 승소만으로 피해를 구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법적 최종 판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되고 판결 전에 이미 방송·광고·계약해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연관 검색어 및 유언비어들이 인터넷에 고착되고 기업 및 개인들은 회복 불능의 피해를 입게 된다. 사법적 승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한계가 나타난다. 우선 삭제 판결 후에도 타 채널에서 숏폼이 재업로드 되고 대중들에게는 정정보도 보다는 최초폭로의 잔상이 각인된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손해 대비 민사 배상이 너무 미미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7일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었다. 개정법의 핵심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고의적·악의적 허위조작정보 유포자에 대해 입은 피해의 최대 5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신설하여 개인적 책임을 극대화했다.
두 번째는 사법적 확정 판결후에도 악성 콘텐츠를 반복 유통할 경우 최대 1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세 번째는 신고 접수 체계를 개선하고 임시조치 이행, 가이드라인 마련 및 연례 투명성 보고서 제출 의무를 플랫폼에 부과하도록 했다.
법 시행으로 어느 정도 억제는 되겠지만 여전히 허점은 많다. 우선, 피해확산 시간과 사법처리 속도의 공백 문제다. 수개월에서 수년간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가해 동영상은 플랫폼 알고리즘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수익을 창출한다. 소형·분산형 채널 및 지인 계정을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구독자 10만명 이하 소규모 채널 수십 개를 개설하여 단속과 제재를 우회하거나 제재나 수사 착수를 미리 예견하여 스스로 계정을 폭파한 후에 신규 개정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원본의 저격 채널과 숏폼을 분리해 2차로 유포하기도 한다.
타인 명의로 수익 정산 계좌 및 유튜브 계정을 등록해 제재의 실효성을 회피하기도 한다. 해외 플랫폼 익명 계정을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해외 법인 특성상 영장 집행이 어렵고 신원 확인까지 수개월 이상 소요되며 계정삭제로 기록이 소멸 되기도 한다. 삭제 이후 반복 유통도 문제다. 원본 영상을 삭제 조치를 하더라도 타 채널에 재업로드를 하고 편집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결국 ‘정보통신망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을 수 밖에 없다. 사이버렉카의 폐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처벌의 강화, 적발 확률, 집행의 신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첫째, 디지털 증거 신속보전 명령이 필요하다. 원본 및 편집전 자료, 계정식별 정보, 수익정산 데이터 등 가해자가 영상과 계정을 삭제하기 전에 민사나 형사 책임을 증명할 디지털 증거를 먼저 동결해야 한다.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경우 법원 또는 지정 기관이 즉시 플랫폼에 증거 파기 금지 및 보전을 명령하는 ‘패스트트랙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긴급임시조치 및 남용방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생명이나 신체적 위협, 중대한 사생활 침해, 무단합성 범죄물, 반복적 허위비방, 회복불능 사업피해에 대해서는 바로 제한을 할수 있도록 ‘긴급 임시조치’가 필요하다. 다만, 긴급제한을 하더라도 독립적인 심사와 반론기회, 그리고 최종 결정을 통해 다시 ‘긴급 임시조치’에서 복원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세 번째는 수익동결 및 연계계정 제재이다. 경제적 수익을 남겨둔 채 영상만 삭제하면 사이버렉카의 공격 유인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광고 수익의 임시보전 및 동결, 슈퍼쳇·후원금 정지, 연계 계정 동시 제재, 동결 수익의 피해자 배상 전환 등이 필요하다. 네 번째, 국가 간 사업 공조체계, 규제기관의 해외 플랫폼과 직접 소통하는 핫 라인 구축 등 해외 신원 확인 협력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물론 표현의 자유 보호장치와 남용 방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객관적 증거 자료에 기반한 공익제보, 기업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권리 보장, 권력감사. 표현의 자유 영역 내에 있는 창작과 풍자는 보장되어야 한다.
사이버렉카 피해에 대한 해외의 입법 사례를 보면, 유럽연합의 DSA(디지털서비스법)는 시스템 위험평가와 전문 신고자 제도를 의무화하고 중대 위반에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를 제재한다. 영국 온라인안전법은 사전 위험평가와 안전설계 원칙을 요구하며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규정한다.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은 명백한 불법 콘텐츠는 24시간내, 통상 불법 콘텐츠는 7일 내 삭제 의무화 및 최대 5천만 유로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미국은 지난 5월부터 유효 신고 후 48시간 내 삭제와 동일 복제물 제거를 집행하고 있다. 이 제도들은 무엇을 말하게 할지를 국가가 정하지 않고 있다. 규율의 대상은 발언의 내용이 아니라 시스템의 설계와 절차이다.
확산을 줄이는 조치와 수익을 차단하는 조치가 함께 가야 한다. 악성 콘텐츠가 돈이 되지 않도록 설계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결과만 쫓아다니게 될 것이다. 강력한 사후 처벌과 함께 피해 초기 단계에서 콘텐츠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예방 중심의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피해는 현실인데 가해는 수익이 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면서도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건이 터지면 자극적인 영상이 만들어지고, 조회수가 붙고, 광고와 후원이 뒤따르고, 그 수익이 다시 다음 폭로의 재원이 된다. 알고리즘은 진실을 가려내지 않고 오로지 이용자의 반응만 확대한다. 한 사람의 잘못이라면 그 사람을 처벌하면 되지만, 구조가 그렇게 작동한다면, 대책은 사람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을 기반으로 시행령·고시·집행실무를 통해 많은 부분을 규율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전향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사이버렉카의 폐해를 줄이는 방법은 기대의 제재가 관건이다.
이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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