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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엔비디아 독주와 中 견제 위해…"한미일 'AI 반도체' 동맹 필요"

이에 따라 미국 빅테크 기업들조차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은 TPU(AI 모델 학습·추론용 AI 가속기)를, 아마존은 자체 설계한 AI 학습 및 추론 전용 칩 트레이니엄(Trainium)을, 메타 역시 자체 AI 반도체...

엔비디아 독주와 中 견제 위해…"한미일 'AI 반도체' 동맹 필요"

대한상의, 한미협회 '제6회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 개최

AI 경쟁, 이제는 반도체·전력·공급망의 싸움

미국 설계·한국 메모리·일본 소재 '3국 협력 시너지' 주목

中 견제·기술 주권 충돌 가능성·상이한 규제는 현실적 한계

챗GPT로 생성한 AI 이미지입니다.

[오피니언뉴스=박정훈 기자]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으로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확보 경쟁이 국가 차원의 전략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미국·일본 3국이 공동 AI 연구개발(R&D) 플랫폼 구축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산업 협력을 넘어 공급망과 안보, 에너지 문제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기술 동맹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설계·플랫폼, 한국은 메모리, 일본은 소재 강점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와 한미협회는 7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제6회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콘퍼런스의 주요 논제는 '한미일 AI 반도체 분야 공동 연구개발 체계 구축'이었다.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피지컬 AI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차세대 AI 산업 전반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며 전성비와 가성비를 갖춘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공동 개발, 스타트업 공동 활용 AI 인프라 허브 구축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행사의 환영사에서 이형희 서울상의 부회장은 "국제통상질서와 공급망 체계 재편에 따라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과 일본은 구조적 도전 극복을 위해 합심할 유인이 커졌다"면서 "한미일 3국의 동맹관계 안에서 협력이 이뤄질 때 더 큰 안정성과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사로 나선 안홍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본부장은 "한국의 제조 데이터와 미국의 AI 모델·슈퍼컴퓨팅 자원 그리고 일본의 정교한 로봇 제어 기술을 결합한 '3국 공동 피지컬 AI 테스트베드 구축'은 충분히 검토 가능한 협력 모델"이라고 말했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최근 글로벌 AI 생태계는 학습에서 추론으로 그리고 단순 성능 경쟁에서 전성비와 가성비 경쟁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AI 생태계가 급속히 팽창하는 상황에서 우방국 간 기술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벨기에의 반도체 연구기관 IMEC를 모델로 AI 데이터센터 전용 시스템·메모리반도체 개발 공동연구센터 구축 구상을 제시했다.

이 같은 논의가 힘을 얻는 배경에는 AI 경쟁의 성격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성능 강화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이를 구동할 반도체 개발과 데이터센터 운영, 전력망을 누가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시대의 승패가 단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와 에너지 인프라에서 갈리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한미일 3국이 협력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각국이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서로 다른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AI 생태계 전반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AI 모델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AI 산업의 '운영체제'(OS)를 가진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절대 강자다. AI 반도체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신 AI 서버에서는 연산 능력만큼 메모리 병목 현상을 줄이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장비와 정밀 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로 수출되는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와 웨이퍼, 특수가스 등 핵심 소재 상당수에서도 일본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와 정밀 부품 제조 기술 역시 일본의 강점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 반도체 프로젝트 '라피더스'(Rapidus) 역시 반도체 공급망 중심 국가로 복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의 설계·플랫폼 경쟁력, 한국의 메모리·제조 역량,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이 결합될 경우 AI 반도체 분야에서 강력한 연합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미·일 산업협력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6회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는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 연합뉴스

엔비디아 중심 공급망 재편하기 위한 방안

최근 첨단 AI 산업이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한미일 협력 논의의 배경 중 하나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미국 빅테크 기업들조차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은 TPU(AI 모델 학습·추론용 AI 가속기)를, 아마존은 자체 설계한 AI 학습 및 추론 전용 칩 트레이니엄(Trainium)을, 메타 역시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소재 기술을 가진 한국과 일본의 전략적 가치 역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우방 중심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실제 미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칩의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기술 블록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투자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협력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는 수십만 개 GPU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막대한 전력 인프라가 필요하다. 국가와 기업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용 구조가 형성되면서 공동 연구와 공급망 협력이 사실상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주권·대중국 변수는 현실적 한계

그러나 한미일 AI 반도체 협력이 실제 제도화 단계까지 발전하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가장 큰 제약은 각국의 이해관계 충돌이다. 미국은 첨단 기술 통제를 강화하며 동맹국의 공급망 편입을 원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핵심 산업인 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이 존재한다.

기술 주권 문제도 걸림돌이다. AI 반도체는 국가 전략기술로 분류되는 만큼 핵심 설계 자산(IP)과 제조 기술 공유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특히 GPU 아키텍처와 첨단 패키징 기술, AI 모델 최적화 기술 등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공동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더라도 어느 수준까지 기술을 개방할지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AI 산업 특유의 막대한 인프라 비용 역시 협력 논의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냉각 인프라 없이는 첨단 AI 반도체 역시 제 성능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액침냉각 기술, 차세대 전력망 공동 구축 등이 제안되고 있으나 관련 기술 상당수가 국가 전략 산업이라는 점에서 기술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각 나라마다 다른 규제도 변수다.

이에 대해 하부카 히로키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AI센터 수석연구원은 "세 나라의 AI 협력을 가로막는 주요 병목 중 하나는 각기 다른 규제 방식"이라면서 민간 주도의 상호 규제 이해와 통합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AI 반도체 협력은 단순한 기술 공조가 아니라 공급망과 안보, 에너지 전략이 결합된 복합 프로젝트다. AI 패권 경쟁이 국가 간 총력전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기술동맹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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