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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너지 믹스로 이란 사태 후폭풍 최소화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석탄발전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며 AI시대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석탄발전 확대 정책을 거론했다. 트럼프...

에너지 믹스로 이란 사태 후폭풍 최소화해야

에너지 수급 위기 대응으로 공공부문 차량 5부제 전면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24일 경기 군포시 금정동 군포시청 직원주차장에서 관계자들이 차량 5부제 협조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photo 뉴스1

이란 사태로 국제 원유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의 바닷길은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게끔 전황이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이번 이란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파괴된 중동의 석유시설과 항만 등 공급망이 복구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208일분의 비축유에 더해 아랍에미리트를 통해 1800만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확보했지만,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걸로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비축하고 있는 208일분 원유의 3분의1 정도는 정제를 통해 수출하기 때문에 실제로 국내에 사용할 수 있는 비축은 불과 2개월치 정도다. 더구나 최근 카타르에서 정기 공급계약(최장 5년)이 되어 있는 LNG마저 불가항력(계약 이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통보받았다.

우리나라는 카타르산 LNG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다. 정부는 급기야 자동차 5부제 등 수요 절감 대책을 세우고 원유 자원 안보 위기를 주의 단계로 높였지만, 공공부문을 제외하고는 민간의 경우 적용 범위와 강제, 권고 여부조차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긴급 에너지 대책회의를 열고 자원안보 위기 '관심' 경보를 지난 3월 18일부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아울러 전기요금에 가장 영향이 큰 LNG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력과 석탄발전의 운전을 확대하기로 했다.

원전의 경우 26개 중 정비 중인 10기에서 5기를 5월까지 추가 재가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석탄발전의 경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계절 관리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미세먼지 영향이 적은 날은 이를 완화해서 발전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 3기도 필요에 따라 그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일일 평균 발전용 LNG 소비량이 일일 6만9000t인데, 이런 조치를 하게 되면 하루 최대 20%에 해당하는 1만 4000t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장 빠른 대응은 에너지 소비 감소

정부의 이런 대책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와 궤를 같이한다. IEA는 정부 지원과 국민 생활 속의 변화만으로도 단기에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난방온도를 1도 낮추면 에너지를 약 7% 줄일 수 있고 고속도로에서 시속 10㎞만 속도를 줄여도 연간 약 10만2800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구나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를 걸으면 에너지 절약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이란 사태가 끝난다 해도 멈춰 선 석유와 가스 생산시설을 재가동하고 선적을 정상화하는 데 수 개월 내지 수 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EA는 생산시설이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제는 강력한 수요 관리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대응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처방책에 불과하다. 정부가 선택한 가격 통제는 단기 민심 관리에는 효과적이지만 에너지 안보를 위한 수요 관리와는 반대 방향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석유와 가스 수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대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최대한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중 재생에너지를 약 7GW 이상 빠르게 보급하여 2025년 기준 37.1GW 규모인 재생에너지를 44.5GW까지 확대키로 했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도 1.3GW를 설치하여 가스와 석유 수요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이 대책 수립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보다 신속하게 움직여 전략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기간을 운영해 주중에는 석탄발전기의 출력을 80%로 제한하고 주말에는 일부 가동을 멈춘다는 계획인데, LNG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므로 일시적이라도 빠르게 석탄발전 가동 제한을 풀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석탄발전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며 AI시대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석탄발전 확대 정책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전소들이 원하는 것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고 백업으로 석탄을 사용할 수 있다"며 "좋은 깨끗한 연료는 석탄"이라고 발언했다. 미국의 석탄발전소는 지난해 1월 기준 가동 중인 발전소는 총 206개로 전체 전력 공급의 18.5%를 담당하고 있다. 석탄은 편재성이 거의 없고 아직 지구상에서 많이 남아 있는 에너지원이다.

국민이 위기의식 느껴야

현재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드맥켄지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부문의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연간 10~20%의 급격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배터리, 태양전지, 반도체 제조 등 첨단산업의 급성장으로 향후 5년간 수 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 수요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처럼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는 제조업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의 일부만이라도 석탄발전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경제적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정부가 에너지 위기관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직접 와닿는 것은 에너지 가격이다. 따라서 우선 에너지 수급을 포함해 종합 에너지 믹스 정책을 즉시 가동하고 이어서 휘발유 값 인상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에 있어서 가장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정책으로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는 것보다 에너지 감소의 주체를 국민으로 바꾸는 것이다. 국민이 위기를 느끼지 못하면 행동을 바꾸지 않고,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위기 장기화 국면에서 더 큰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많다.

결국 에너지 소비가 줄지 않으면 원유·가스 구입을 위한 외화 지출이 늘어나고 가격 안정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이란 사태가 아니더라도 정부는 상설 에너지 관리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통해 종합적인 에너지 믹스 대책, 에너지 소비 절약 생활화 홍보 등을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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