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시 시장에서 ‘의대냐, 반도체냐’를 두고 고민하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늘고 있다. 반도체 호황 사이클과 맞물린 고연봉 기대감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된 계약학과가 새로운 진로 선택지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의대 대신 ‘하이닉스’…최상위권 진로 지형 흔든다
14일 입시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계약학과를 유력 선택지로 검토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의대 지원이 가능한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도 반도체 분야 진로를 함께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대학 재학생들까지 진로 변경을 고민하는 등 관심층이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최근 주요 입시 커뮤니티에는 “의대와 SK하이닉스 계약학과를 함께 고민 중이다”, “대학 신입생인데 반수를 통해 계약학과 진학이 가능하냐”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과거 의대 진학이 사실상 유일한 최상위권 선택지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반도체 기업 취업을 전제로 한 학과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신도시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부부가 함께 SK하이닉스에 재직하면 단기간 내 주택 마련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녀를 계약학과로 보내려 한다”는 반응이 등장하는 등 현실적인 기대감이 반영된 선택이 확산하고 있다.
학원가에서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주요 진로를 묶어 ‘하의치한약수’(하이닉스·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반도체 호황이 바꾼 선택 기준…성과·안정성 동시에 주목
삼성전자 직원들이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임직원들에게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한 데 이어, 내년에는 1인당 10억원에서 많게는 13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고려대학교, 서강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주요 대학과 협력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해당 학과는 졸업과 동시에 입사가 보장되고 등록금 지원, 해외 연수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이러한 관심은 경쟁률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SK하이닉스 계약학과(고려대·서강대·한양대)의 평균 수시 경쟁률은 30.98대 1로, 삼성전자 반도체 계약학과(연세대·성균관대·포항공대·디지스트·지스트)의 평균 경쟁률 15.61대 1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계약학과의 경쟁률이 더 높았지만, 최근 들어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SK하이닉스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경쟁률 역전·인재 쏠림…기업 인재 확보 경쟁도 변수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적과 보상이 입시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기업의 성과급과 실적 요소가 수험생들의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향후 반도체 계약학과가 의대 다음 단계의 상위권 진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입시 트렌드를 넘어 반도체 기업 간 인재 확보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우수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높은 보상과 기업 선호도를 앞세워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반도체 업황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현재의 높은 선호도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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