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언양읍성 제대로 활용하기

'울주 언양읍성'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조선시대에 쌓은 정방형 평지성으로 전국 중요 읍성을 쌓기 시작하던 14∼15세기(여말선초) 축성법 변천을 잘 보여주는 중요 자료이다.

김잠출 울산역사연구소 사무국장

'울주 언양읍성'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조선시대에 쌓은 정방형 평지성으로 전국 중요 읍성을 쌓기 시작하던 14∼15세기(여말선초) 축성법 변천을 잘 보여주는 중요 자료이다.

삼국시대에 흙으로 쌓은 토성을 1500년(연산군 6년) 이담룡이 처음 돌로 쌓았다. 임진왜란 때 무너진 것을 1617년(광해군 9년)에 새로 쌓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성의 둘레는 3,064척, 높이는 13척. 동서남북에 각각 문을 만들어 누각을 두고 망월루(望月樓), 애일루(愛日樓), 영화루(映花樓), 계건문(啓乾門)이라 이름 지었다. 성벽 모서리에 각루를 세웠고 성문 주위에 옹성을, 성문과 각루 사이에는 치성을 배치했다. 성 동쪽에 동헌을, 서쪽에 객사 등 관아를 설치하고 동서남북을 관통하는 도로와 동서문을 가로지르는 수로, 4개의 우물도 만들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성안2길 55-8에 있다. 사적 153호이다.

언양읍성의 진정한 가치는 하드웨어인 성벽에만 있지 않다. 이 성곽은 조선시대 울산의 방어 체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자 언양이 경주·밀양·양산과의 교통 중심지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을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당시 울산은 여러 겹의 방패로 이뤄진 국방의 전략 공간이었다. 행정과 군사 중심은 울산읍성에 두고, 내륙의 전략 거점은 언양읍성이 담당했다. 경상좌도 육상 방어를 총괄한 경상좌도병영성과 개운포 경상좌수영성까지 서로 연결된 거대한 국가 방어망을 형성했다.

울산읍성은 임란 때 훼손된 후 일제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져 복원된 동헌과 내아만이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병영성 역시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다. 그에 비해 언양읍성은 성곽의 윤곽과 역사적 공간성을 비교적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언양읍성은 단순한 지역 문화재가 아니라, 울산의 역사적 정체성을 복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복원된 언양읍성 남문 '영화루'. 김잠출 제공

종묘와 사직단이 있는 곳(왕이 사는 수도)인 '도'(都)에 쌓은 성이 '도성이고, 일반  고을은 '읍'(邑)이라 한다. 고을에 쌓은 성이 '邑城'이라 하고 관청과 시가지(民居)를 둘러서 쌓아 그 지방의 군사적·행정적 기능을 함께 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69개, 동국여지승람에 95개, 동국문헌비고에 104개가 기록될 만큼 내륙의 큰 고을과 해안에 거의 모두 읍성을 두었다.

오늘날 문화유산 정책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문화유산은 보존과 원형 복원, 안내판을 세우는 것만으로 가치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의 읍성이 역사와 예술, 관광, 교육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야간 경관과 미디어아트, 전통 군사 재현, 문학 낭독과 음악회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언양읍성도 활용 가능성이 무궁하다.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니 밤을 활용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걸맞다. 야간 경관을 활용한 빛의 축제나 영화루 등 성벽을 스크린 삼아 언양과 읍성의 역사를 Projection Mapping 기술로 상영하고, 성벽을 따라 은은한 야간 조명과 현대 미술가들의 설치 미술(라이팅 아트)을 배치하면 밤 산책과 예술 감상을 함께 즐기는 야간 명소가 된다. 읍성을 무대로 한 실경 뮤지컬이나 마당극이나 읍성 잔디마당 또는 성벽을 배경으로 축성 설화와 울산 울주 인물을 테마로 한 야외 뮤지컬 아니면 창작 마당극을 정기 상연하자. 주말엔 로컬 인디밴드 공연과 퓨전 국악, 버스킹을 열어 주민과 관광객이 편히 쉬어가는 문화 쉼터로 활용하고 언양불고기 등 먹거리와 문화를 융합하면 시너지는 극대화한다. 초가와 저잣거리 재현으로 청년 예술가들의 공예품 판매와 전통놀이 체험, 로컬푸드를 결합한 문화 마켓상설화는 어떤가. 한우불고기 축제 때 성내 한복 체험, 떡메치기, 전통 혼례 재현 등 '언양읍성 페스티벌'을 열어 관광 동선을 연결하고 스마트폰 앱을 켜 성벽이나 옛 관아를 비추면, 조선시대 성을 지키던 군사 캐릭터나 옛 건물이 3D 그래픽으로 나타나 안내하는 인터랙티브 투어 프로그램(AR 역사가이드)도 개발하자. 영화루~오영수 문학관, 언양성당 등 근현대 문화유산을 연계한 도보 스탬프 투어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언양읍성의 문화예술적 활용은 단순히 '보여주는 문화재' '박제된 옛 것'을 넘어,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지역 예술가들의 무대로 활용한 '살아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될 때 가장 빛을 발한다. 상상만으로도 멋진 일이 아닌가.

김잠출 울산역사연구소 사무국장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