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우면 일단 들어오세요
김미희 광주광역시약사회 부회장, 동인약국 대표약사
2026년 07월 22일(수) 19:55
벌써부터 숨이 턱 막히는 폭염주의보가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17일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발생한 온열질환자만 벌써 307명에 달한다. 안타까운 사망 사고도 이미 보고됐다. 뜨거운 여름철 낮 시간대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부득이하게 길을 나설 때는 양산이나 모자로 햇볕을 가리고 가방에 생수 한 병을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약국을 지키다 보면 이맘때쯤 안색이 하얗게 질려 들어오시는 분들을 자주 마주한다. 만약 길을 걷다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심한 갈증, 피로감, 혹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의식 저하가 느껴진다면 주저 말고 가장 가까운 동네 약국 문을 열고 들어오시라. 에어컨이 가동되는 시원한 약국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수분을 보충하며 체온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큰 화를 면할 수 있다. 약국은 약을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한 쉼터이기도 하니 말이다.
여름철엔 땀을 많이 흘렸다고 무턱대고 식염포도당 알약을 삼키는 분들이 많다. 이때는 반드시 종이컵 1~2잔 이상의 충분한 물을 함께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세포 내 수분이 빠져나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특히 신장질환자나 당뇨환자는 염분과 포도당 섭취가 몸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이뇨제 성분이 포함된 고혈압약은 소변 배출을 늘려 탈수를 유발하기 쉽다. 항콜린 작용 약제(알레르기, 피부질환, 우울증, 조현병 치료제 등)는 땀샘 등의 분비샘을 억제해 몸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체온조절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엔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비브리오패혈증 위험이 커지고 배탈 환자도 급증한다. 어패류 등 해산물은 반드시 속까지 푹 익혀 먹어야 하며 피부에 상처가 있다면 바닷물 접촉을 피해야 한다. 특히 간질환자, 당뇨병 환자, 면역저하자는 비브리오패혈증 고위험군이므로 치명적일 수 있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은 세균에겐 그야말로 ‘천국’이다. 음식을 실온에 잠시만 방치해도 세균이 폭발적으로 번식해 장염을 일으킨다. 날음식을 피하는 것은 물론 한번 손을 댄 음식은 아깝더라도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찬 음료나 상한 음식으로 설사를 시작했을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집에 굴러다니는 ‘지사제(설사약)’를 임의로 먹는 것이다. 몸속 독소를 빨리 배출해야 하는 세균성 설사의 경우 장 운동을 억제하는 지사제를 먹으면 독소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체내에 흡수되어 증상이 훨씬 악화될 수 있다. 설사가 날 땐 무작정 멈추려 하지 말고 반드시 약사나 의사에게 먼저 문의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여름철 약 보관을 위해 냉장고를 과신하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 약의 최적 보관 장소는 ‘건조하고 온도 변화가 없는 25℃ 이하의 서늘하고 어두운 곳’이다. 일반적인 계절에는 직사광선이 없는 서랍장 안이 제격이다.
만약 고온다습한 여름철 날씨 때문에 부득이하게 냉장고에 약을 보관해야 한다면 그냥 넣어서는 안 된다. 냉장고 문을 열고 닫을 때 생기는 습기 때문에 약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지퍼백 안에 약을 넣고 방습제(실리카겔)를 함께 동봉하여 보관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부득이하게 여름철 야외 활동을 해야 한다면 가방 속에 물, 양산, 모자, 자외선차단제, 긴팔옷, 모기기피제는 꼭 챙기는 것이 좋다.
건강은 거창한 보약이 아니라 내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고 일상의 작은 수칙들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올여름도 동네 약국을 나침반 삼아 모두가 안전하고 슬기롭게 이 무더위를 건너가기를 바란다.
/김미희 광주광역시약사회 부회장, 동인약국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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