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머리 자르며 땅끝마을서 행복 찾았죠”
서울 생활 접고 해남 정착 ‘서울미장원’ 조민국씨
40년 경력 베테랑 미용사…120만명 유튜버 ‘수빙수’ 부친
거동 불편한 어르신들 찾아 미용봉사 “폭넓게 섬기고 싶어”
2026년 08월 02일(일) 19:40
해남군 북평면에서 ‘서울미장원’을 운영하고 있는 조민국씨. <조민국 씨 제공>
“바쁜 서울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찾아온 해남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해 드리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해남군 북평면에서 ‘서울미장원’을 운영하는 조민국(60)씨는 1987년부터 가위를 잡은 40년 경력의 베테랑 미용사다.
조 씨는 해남 북평면에 2년 전 정착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를 진행했던 그는 우연히 5060세대 통기타 유튜버 ‘낭만스타일’과 함께 해남에서 재능기부 봉사에 참여하며 이 지역의 매력을 알게됐다.
조 씨는 120만 구독자를 보유한 요리 크리에이터 ‘수빙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해남행을 반대했던 딸도 현재는 지역에서 진정성 있게 봉사를 이어가는 아버지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귀촌 초기에는 수빙수가 해남 미남축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며 해남과의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연고도 없는 땅끝마을이었지만 서울과 달리 느리게 흘러가는 일상, 거대한 빌딩 그늘이 아닌 따스한 햇볕 아래 서 있을 수 있는 해남의 매력에 끌렸다.
“두륜산, 대흥사, 미황사, 해수욕장 뿐 아니라 완도와 강진, 영암, 장흥과 붙어있어 주변 환경이 너무나 뛰어났어요. 음식도 입맛에 딱 맞았죠. 무엇보다 생존경쟁의 연속이었던 서울과 달리 삶의 속도가 여유로워졌죠. 순박한 사람들 속에 살아가는 것도 재밌습니다. 지역에서 봉사하며 알게된 귀인들이 밤호박이며 절임배추로 담근 김치며 온갖 선물도 많이 줬어요. 이게 사람사는 거구나, 은퇴 후 삶이란 이런거구나 싶었죠.”
조 씨가 본격적으로 어르신 미용 봉사에 나선 것은 지난 2019년 어머니를 여읜 뒤부터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안방까지 찾아가 머리를 다듬는다.
“잘 해드릴 만하니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 생각에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미용 봉사는 저에게 큰 즐거움입니다. 최근에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안방 침실에서 머리를 잘라드렸던 93세 어르신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어요. 말도 제대로 못 하시면서 두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주셨던 게 아직도 선명하죠.”
정착 초기 해남군의 ‘빈집 프로젝트’를 통해 2년간 무상으로 주택을 임대받아 살던 그는 마침 좋은 자리가 생겨 미용실 문을 열었다. 고혈압이 있었지만 해남의 맑은 공기와 유유자적한 일상 덕분에 건강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루 루틴도 다채로워졌다. 오전에 손님들의 머리를 하고 나면 바닷가를 걸으며 운동을 하고 둘레길 산책, 요가, 판소리까지 즐긴다. 취미로 시작한 판소리는 전국 대회 입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제 조 씨의 ‘서울미장원’은 동네 어르신들의 참새 방앗간이자 사랑방이다. 머리를 자르지 않아도 에어컨 바람을 쐬며 수다를 떨다 가는 정겨운 커뮤니티 공간이 됐다.
조 씨는 “힘이 닿는 순간까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더 폭넓게 섬기고 싶다”며 “대자연과 천년고찰의 힐링을 느끼고 싶다면 언제든 온화하고 먹거리 풍부한 해남으로 오시라”고 환하게 웃었다.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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