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재국’이 미국 대륙 마라톤 횡단길에 올랐다.
선천성 난치병 근이양증으로 온 몸이 경직된 30세 청년 배재국, 그리고 올해 환갑을 맞은 아버지 배종훈씨가 30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했다.
두 사람은 내달 1일부터 6월25일까지 86일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약 4,500km를 달려 대륙을 횡단할 계획이다. 휠체어를 타고 달리기 용이한 66번 도로를 따라 주로 이동한다. 휠체어가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고속도로나 비포장 구간을 제외하고는 온전히 두 발로 뛰어가게 된다.
미국 대륙 마라톤 횡단에 나서는 '팀 재국' (사진=배종훈 제공)
두 사람 외에 일행이라곤 생업을 제쳐두고 캠핑카 운전과 지원업무를 맡는 대륙횡단 가이드 경험자 스티브 양(62)씨 한 명뿐이다. 적어도 1명 이상의 지원인력이 더 필요하지만 돈과 사람을 구할 수 없어 포기했다.
팀 재국은 한국의 아마추어 마라토너라면 대회 주로에서 자주 만나는 낯익은 동료다. 아버지 종훈 씨는 20년 전인 2007년부터 아들 재국씨의 휠체어를 밀며 전국을 돌아 다녔다. 의사에게서 재국씨가 스무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아들에게 최대한 넓은 세상을 보여 주고 싶었다. 재국씨도 답답한 방 안에 있는 것보다 바깥에서 달리는 걸 좋아했다. 그 때부터 재국씨는 ‘넓은 세상’인 미 대륙을 횡단하겠다는 꿈을 키우며 생수통에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재국씨는 “나처럼 아픈 친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며 “힘들고 아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팀 재국은 지금까지 걸어서 국토종단 6차례를 완주한 것을 비롯, 마라톤 풀코스(42.195km) 50회 완주, 하프코스(21.0975km) 20회 이상 완주, 울트라 마라톤(100km) 1회 완주, 울트라 마라톤(50km) 2회 완주 기록을 갖고 있다. 2015년엔 뉴욕마라톤, 2024년엔 보스턴마라톤에도 출전했다. 이번 미 대륙 횡단을 위해 거의 매일 20~30km씩 달리며 훈련했다.
평범한 아저씨였던 종훈씨는 아들의 휠체어를 밀고 달린 20년 세월동안 마라토너가 됐다. 휠체어를 밀고서도 보스턴 마라톤 참가 기준인 3시간 30분대 이내에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의 철인이다. ‘아버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건장한 사람조차 꿈도 꾸기 힘든 미 대륙 횡단, 팀 재국으로선 뜻만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20년만에 대륙 횡단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 꿈이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재국씨의 삶을 지탱해 왔는지도 모른다. 재국씨의 의지는 물론, 본인들도 어려서부터 희귀병으로 고통을 걲어 온 두 누나와, 부모의 헌신적 뒷바라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륙 횡단을 앞두고 팀 재국은 생수통을 깼다. 종훈씨가 백방으로 뛰어 돈을 마련했지만 막대한 비용을 대기엔 너무 벅찼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자력으로 계획을 밀고 나가는 팀 재국의 의지에 주위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였다.
'팀 재국' 배종훈씨와 아들 재국씨가 美 대륙 횡단길에 나서면서 공항에서 환송나온 후원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배종훈 제공)
대한항공은 재국씨같은 장애인들이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희망을 잃지 않도록 팀 재국의 왕복 항공권을 지원했다. 팀 재국의 안경을 도맡아 지원하고 후원금을 모금해온 아이닥 안경(대표 김영근)은 이번에도 대륙 횡단용 고글을 지원하고, 재국씨 모친의 누진다초점 안경도 제작, 기증했다. 바이탈에어코리아는 대륙횡단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공호흡기와 소모품들을 무료로 지원해줬다. 재국씨 고등학교 선배 사업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생각지도 못한 액수의 금액을 후원해줬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한국울트라마라톤연맹(KUMF)도 힘을 보탰다.
재국씨와 오랫동안 주로에서 달려온 러너들, 네이버 해피빈 후원자들의 도움도 더해졌다. 그래도 경비는 채워지지 않았고, 미-이란 전쟁으로 치솟는 환율까지 더해져 미 대륙횡단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 상황이다.
몸도 성하지 않은 아들과 왜 그런 힘든 도전을 하느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병마와 싸우고 있거나 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 재국이의 도전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상밖으로 나와서 많이 보고 즐기고 놀 수 있도록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항에서 만난 종훈씨의 말이다.
재국씨도 도움을 준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많이 기대 된다”고 웃어 보이면서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종훈씨는 미 대륙 횡단을 재국씨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팀 재국은 미 대륙횡단 이후에도 새로운 꿈을 꾸고 이뤄갈 것이다.
무사 완주를 기원한다. 팀 재국 화이팅!!!
김준형
은 30년간 기자 일을 했고, 30년 가까이 달려온 아마추어 러너이다. 1992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경제부 기자와 뉴욕특파원으로 일한 뒤 1999년 <머니투데이>의 창간 멤버로 합류했다. 증권부장·경제부장·산업부장·더300에디터(정치부장)·편집국장을 지냈고, 지금은 뉴스버스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팔면 상한가, 사면 하한가인 개미들에게>, <투자의 세계에 NG는 없다>, <공시, 제대로 알아야 주식투자 성공한다>, <한국의 정치보도>, <달리기의 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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