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지 기준 흑자 전환…올해 1분기도 순항
글로벌 ‘만년 꼴찌’서 2위 자리 노리는 다크호스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KB금융지주>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손자회사 인도네시아 KB뱅크에 대대적인 혁신을 기울인 결과, 드디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도 수익성이 개선되면 KB금융그룹은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의 글로벌 실적(해외 현지법인 순이익) 부문 2위 자리에 오르는 것도 충분히 가 능할 전망이다. KB뱅크의 실적 개선은 양 회장 연임에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참고로 양 회장은 올해 1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KB뱅크는 최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4070억4400만 루피아(344억원)의 순이자이익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9% 증가한 수준이다. 2020년 9월 국민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당초 부실채권이 많았던 KB뱅크(인수 전 부코핀은행)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인한 한계차주 급증으로 적자에 허덕였다. 2019년 순이익 2163억 루피아였던 실적은 2020년 3조9000억, 2022년 5조, 2023년 6조, 2024년 7조 루피아 순손실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양 회장은 막대한 적자로 KB뱅크에 7000억원대 유상증자가 진행된 지난 2023년 9월 회장 후보로 내정됐다. 내정 당시 그는 3가지 KB금융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신용리스크 관리, (경영권) 전환기 조직 이완 현상과 함께 KB뱅크 정상화를 언급했다.
KB뱅크는 양 회장 취임 이후 영업망 운영의 무게중심을 대규모 구조조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화로 옮겼다. 취임 전까지는 비효율적인 다수 점포와 인력에 대해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가했다면 취임 후에는 지점별 고객 특성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갖췄다.
여신 포트폴리오 변화에도 힘썼다. 대기업 등 법인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고 개인고객 비중을 높여갔다. 기존 고객에는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 속에 업황이 불안한 기업이 많았으며 이들에게 취급한 여신은 수익성이 낮고 대손비용은 높았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신수도 건설과 현대화 정책 속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인프라, 업황이 밝은 헬스케어, 지속가능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등 특성 산업 생태계를 적극 공략했다. KB국민은행의 강점을 살려 현지에서 침투도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키워갔다.
점포 감축에도 고객 접점을 만들어줄 디지털 경쟁력을 키웠다. 인수 당시 KB뱅크는 점포 대 점포, 점포 대 본점이 디지털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다. 디지털화되지 못하고 점포별로 분절됐던 시스템은 ‘샤인(SHINE)’ 프로젝트를 거쳐 차세대 IT 시스템(NGBS)로 전환했다.
이 같은 경영 혁신 결과로 KB뱅크는 지난해 현지 재무제표 기준으로 665억8800만 루피아(5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도 140억2600만 루피아(1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도 크게 개선될 조짐이다. 무엇보다 신용손실에 대한 손상차손은 올해 1분기 120억 루피아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6억 루피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NPL(부실여신)을 포함한 위험여신이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LAR은 2022년 50%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말 약 20%로 떨어졌다.
순이자이익은 대폭 늘어났고 대손비용은 크게 줄어들면서 이익창출력은 배가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의 해외 현지법인 실적이 2024년 1479억원 순손실에서 지난해 636억원 순이익으로 크게 개선됐다.<그래픽=박지훈 기자>
국내 2위 글로벌 실적 도약
KB뱅크가 정상화에 접어들면서 KB금융의 글로벌 실적(해외 현지법인 순이익)은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 2위로 도약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해외 현지법인 순이익은 636억원을 기록해 하나은행(706억원)에 이은 3위였다.
해외법인에서 연간 2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내왔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주춤하다. 하나은행은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국내기업 이탈 등으로 이익 기반이 약해졌고,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대규모 손실을 인식했다. 두 은행의 단기 반등이 어려운 가운데 국민은행이 약간의 실적 개선만 이뤄도 2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위는 아직까지 쉽지 않다. 신한은행이 일본과 베트남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뱅크의 총자산이 약 8조원으로 1%의 총자산순이익률(ROA)를 달성하더라도 800억원 남짓이기 때문이다.
일단 관전 포인트는 국내 재무제표 기준상 KB뱅크의 흑자 전환 여부다. 현지 기준으로는 이미 흑자 전환했지만 국내 기준으로는 지난해 6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지보다 국내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엄격해서다.
KB뱅크는 인수 직후부터 그룹의 커다란 근심거리였고 유상증자를 포함해 2조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지만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중대형 은행이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포가 수익성 있는 점포보다 많았고, 데이터를 수기로 기록할 정도로 디지털화 수준이 낮았던 걸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 기준으로 흑자 전환을 이룬다면 회장 재도전에 대한 명분으로 확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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