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경력직 위주 수시 채용이 대세인 가운데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18개 계열사가 지난 3월 입사 지원서를 받았다. 공채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4월), 면접(5월), 건강검진 순서로 진행된다. 삼성은 올해부터 5년간 6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우수 인재의 삼성행이 주목된다.
삼성이 공채를 시작한 것은 1957년. 당시 삼성물산공사가 신입사원 27명을 공개 채용하겠다는 신문 광고를 내자 1200명 넘게 몰렸다. 혈연·지연 등 연고에 따른 채용이 관행이던 시절 직원을 뽑겠다는 광고는 파격이자 대전환이었다.
이는 ‘기업은 곧 사람’ ‘기업의 흥망은 인재에 달려 있다’는 이병철 창업주의 철학에 따른 것이었다. 창업주는 신입사원 면접장을 직접 찾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삼성이 그동안 공채를 통해 뽑은 인원은 50만~60만명으로 추산된다.
삼성이 공채 제도를 도입하자 현대도 이듬해 공채를 시작했다. 산업화와 더불어 공채는 대기업의 인재 확보 표준으로, 기업의 인력 양성 시스템으로 정착했다. 1970년대 공채 출신 사장이 배출되며 공채는 전문경영인을 키우는 경로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 공채 역사에서 대우를 빼놓을 수 없다. 대우는 1985년 대졸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공채를 도입했다. ‘사무실의 꽃’으로 인식되던 여직원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0명 모집 공고에 53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대졸 여성 공채는 대우의 시도 이후 8년이 지난 1993년 삼성이 시행했다. 삼성은 공채 제도를 발전시키며 채용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했다. 1995년에는 ‘열린 채용’을 선언하며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시작했다. 암기 위주 시험을 사고 능력 중심으로 전환했다. 2015년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며 SSAT를 글로벌삼성직무적성검사(GSAT)로 바꿨다. 2020년에는 10만명 넘는 응시생이 고사장에 모이지 않고 공정하게 시험 보는 온라인 GSAT를 시작했다.
삼성은 공채와 더불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채용 경로를 다각화했다.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SW)·AI 교육을 제공하고 취업까지 연계하는 ‘삼성청년SW·AI아카데미(SSAFY)’를 서울·대전·광주·구미·부산 5개 캠퍼스에서 운영한다. 대학졸업자 중심이던 교육 대상을 최근 마이스터고 졸업생까지 확대하고, 커리큘럼도 AI 중심으로 개편했다.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 특별채용도 병행한다.
저성장 시대에 AI 활용이 확산하면서 일자리 가뭄이 심각하다. 서류와 면접 탈락을 반복하다가 주저앉는 젊은이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급증하는 추세다. 취업은 개인 문제지만 취업포기자를 장기간 방치하면 사회 문제가 된다. 사회가 지속 가능하려면 공채든, 수시 채용이든 청년들에게 직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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