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암호체계 한계 현실화…국가 안보 인프라 '포스트 양자 보안' 전환 신호탄
드론·CCTV·5G망까지 실전 검증…KT, 국방 현장서 차세대 보안 기술 시험대 올려
공공·금융 이어 국방까지 확장…KT, 양자보안 사업 주도권 확보 속도
KT가 국방 분야 주요 통신 인프라에 양자내성암호(PQC)를 적용하는 실증 사업에 착수하면서 국내 보안 산업이 '포스트 양자 시대' 대응 단계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기술 시범 사업을 넘어, 양자컴퓨터 발전으로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국가 핵심 인프라를 차세대 보안 체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추진하는 '2026년 양자내성암호 시범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국방부와 육군정보통신학교 대상 실증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대에스텍과 이에스이가 함께 참여하며, 실제 국방 통신 환경에서 양자내성암호 기술의 적용 가능성과 안정성을 검증하게 된다.
양자내성암호는 기존 공개키 암호체계와 달리 양자컴퓨터로도 풀기 어려운 수학적 난제를 기반으로 설계된 차세대 암호 기술이다. 현재 인터넷 보안과 금융거래, 군 통신망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공개키 기반 암호체계는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터 등장 시 해독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글로벌 빅테크와 각국 정부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이전부터 암호체계 전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적용 대상이 '국방 인프라'라는 점이다. 국방 통신망은 일반 상용망과 달리 극단적인 안정성과 신뢰성이 요구된다. 전시 상황이나 전술 운용 환경에서도 통신이 유지돼야 하고, 외부 침투나 데이터 탈취 가능성 역시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드론과 지상관제시스템, 스마트부대 플랫폼, CCTV 영상 저장 체계, 5G 라우터와 코어망 등은 실시간 데이터 송수신이 핵심인 만큼 암호화 과정에서 성능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KT는 이번 실증 사업에서 스마트부대 플랫폼과 사용자 PC 간 통신 구간, CCTV와 영상저장장치 구간, 드론과 지상관제시스템 연결 구간, 5G 네트워크 인프라 등에 양자내성암호 모듈을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와 다계층 네트워크가 혼합된 스마트부대 환경에 양자내성암호를 적용한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실제 산업 현장이나 국방망에서는 단일 장비만 사용하는 경우보다 복합 네트워크 구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업은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 "현실적인 운용 환경에서도 양자내성암호 체계가 작동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국내 양자보안 시장 확대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자보안 논의는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이나 시험망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과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래 양자 공격에 대한 우려 역시 현실적인 보안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국가 기반시설과 금융·의료·국방 데이터는 한번 유출될 경우 장기간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암호화된 데이터를 저장해두었다가 미래 양자컴퓨터로 해독하는 방식"의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KT는 이미 서울-부산 구간 이기종 양자암호통신 연동 실증, 신한은행 하이브리드 양자 보안망 구축, 국립암센터 인공지능 의료데이터 암호화 사업 등을 통해 양자보안 기술 적용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번 국방 분야 실증은 공공·금융 중심이던 양자보안 사업 포트폴리오를 국가 안보 영역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통신업계에서는 향후 양자보안이 단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차세대 네트워크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6세대 이동통신(6G), 인공지능 기반 네트워크, 자율주행·드론 통신 등 초연결 환경이 확대될수록 보안 체계 중요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 통신 경쟁은 단순 속도 경쟁을 넘어 "얼마나 안전하게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가"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만 양자내성암호 전환이 단기간에 완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문제, 암호화 처리에 따른 성능 부담, 국제 표준 변화 가능성 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국방·금융처럼 안정성이 중요한 분야일수록 새로운 보안 기술 적용 과정은 더욱 보수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국내 보안 산업이 '양자 대비 체계' 구축 단계로 넘어가는 상징적 사례로 바라보고 있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아직 완전히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국가 핵심 인프라 보호를 위해서는 선제적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T 역시 이번 사업을 계기로 국방뿐 아니라 공공·민간 영역까지 양자내성암호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글로벌 보안 기준에 대응하는 차세대 서비스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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