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얼마 전 김명식 신임 진천군수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적극 유치해 국가대표 선수촌과 함께 ‘스포츠산업클러스터’와 국가 스포츠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정, 경륜, 스포츠토토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24년 기준, 지방교육세 등 약 2,600억 원의 지방세를 창출했다.
필자가 10여 년 전부터 전임 도지사, 시장, 군수와 함께 추진했던 사업이었다. 필자가 기획한 ‘스포츠·건강 산업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18대 박근혜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채택되어 유치 희망을 품어봤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지역 정치권의 결집력이 부족했던 것이 결정적 이유였음을 필자는 현장에서 느꼈다. 대통령과 도지사, 국회의원, 시장, 군수 등 소속 정당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결코 녹록지 않은 유치전(戰)이다.
신임 신용한 충북도지사 역시 한국공항공사와 더불어 국민체육진흥공단을 공공기관 유치 대표 사업으로 발표했다. 제천 등 북부권에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고, 충북혁신도시에는 AI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과 연계한 여러 공공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이장섭 신임 청주시장도 다양한 국비 사업을 유치하고 특례시 지정과 대기업 사업장 5개 유치를 공약했다.
산업 쇠퇴로 침체했던 영국 맨체스터 솔퍼드(Salford)는 2007년 미디어도시(MediaCityUK) 계획에 따라 2011년 BBC 방송 주요부서가 이전하면서 민간 방송사, 스타트업, 대학 등이 어우러져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 성공 사례다. 최근 달링턴(Darlington)은 ‘Places for Growth 정책’을 통해 재무부 등 영국 중앙정부 공무원과 정책 기능을 유치하면서 정부와 국가 재무·경제 정책 기능을 묶어서 이코노믹 캠퍼스(Economic Campus)라는 하나의 정책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우리식으로 비유하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통계·에너지·과학기술 관련 중앙정부의 정책 기능을 한 지역에 집적시킨 것에 가깝다.
43개 연구·교육기관이 이전하면서 급성장한 일본 쓰쿠바(Tsukuba)는 일본 최대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성장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대전시와 비교할 만한 사례다. 사이타마(Saitama)는 정부합동청사 이전을 지렛대 삼아 상업, 문화, 비즈니스 기능이 융합된 성공 사례다. 이들 성공 사례는 공공기관을 단순히 유치한 것이 아니라 앵커 기관(Anchor Institution)으로 삼아 대학, 연구기관, 인재와 생활 인프라가 뒤따르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정은 이들과 다르다. 서울에 남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각 기관 구성원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필자는 뼈저리게 경험해 봤다. 다행히도 현재 이재명 대통령, 신용한 충북도지사, 이장섭 청주시장, 김명식 진천군수, 지역권 국회의원 송재봉, 이광희, 이강일, 이연희, 임호선 역시 집권 여당 민주당 소속이다. 분명 과거보다 유리한 정치적 조건이다.
현 정부는 약 100조 규모의 청주와 달리 약 896조 규모의 ‘광주·전남 서남권 반도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충청북도만 홀대받아서는 안 된다.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원칙 아래 충북의 산업기반과 국가 성장 가능성에 적절한 공공기관 이전과 국비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조건은 갖춰졌다. 이제 남은 것은 조속한 성과다. 대통령과 집권당, 충북의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은 그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충북도민들이 예전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냉정해졌음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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