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애플이 15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다. 2011년 스티브 잡스에 이어 지휘봉을 잡았던 팀 쿡 CEO는 오는 9월 1일자로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차기 CEO로 취임한다. 쿡은 여름 동안 인수인계를 마무리한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번 결정은 애플 이사회 만장일치로 이뤄졌으며, 장기간에 걸친 승계 계획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터너스는 애플 창립 이후 여덟 번째 CEO가 된다. 아울러 하드웨어 기술을 총괄해온 임원은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로 승진해 터너스가 맡아온 조직을 이어받는다.
시총 4조 달러…‘공급망 달인’의 기록
팀 쿡의 재임 15년은 애플 역사상 가장 가파른 성장기로 평가된다. 그가 CEO에 취임하던 2011년 약 3500억 달러 수준이던 애플 시가총액은 최근 4조 달러에 육박했다. 10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연간 매출도 1000억 달러 수준에서 4000억 달러를 넘기며 네 배 가까이 확대됐다. 연간 이익 역시 1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특히 서비스 부문은 연매출 1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사업으로 자리 잡았고, 전 세계 활성 기기 수는 25억 대를 넘어섰다.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웨어러블 제품군을 안착시켰고, 자체 설계 반도체 ‘애플 실리콘’ 전환을 통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했다. 동시에 2015년 대비 탄소 배출을 60% 이상 감축하는 등 친환경 경영도 강화했다.
쿡은 1998년 애플에 합류해 공급망 혁신을 이끌었던 운영 전문가다. 재임 기간 동안 자사주 매입과 서비스 구독 모델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은 과제…AI 경쟁력·관세·중국 리스크
그러나 쿡 체제 말기 애플은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애플의 AI 전략은 경쟁사 대비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음성 비서 시리 업그레이드가 지연됐고,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는 기대만큼의 대중적 반향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 AI 칩 수요 급증으로 인한 메모리 수급 부담, 미·중 지정학 갈등,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복합적인 외부 리스크도 상존한다. 아이폰 생산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는 구조 역시 장기적으로는 부담 요인이다.
한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쿡의 퇴진 시점은 시장 예상보다 이르다”며 “적어도 1년 이상 더 재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25년 ‘골수 엔지니어’…터너스의 부상
새 CEO로 선임된 존 터너스는 2001년 애플에 합류해 25년 가까이 근무해온 내부 인사다. 아이패드, 에어팟, 맥, 아이폰 등 주요 하드웨어 제품군 개발을 총괄해왔다. 특히 2020년 맥 컴퓨터를 인텔 칩에서 애플 자체 설계 실리콘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해 성능 개선과 판매 확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초슬림 모델 아이폰과 차세대 맥북 제품군 개발을 지휘하며 하드웨어 혁신을 이끌었다. 에어팟에 비처방 보청기 기능을 도입하는 등 제품을 건강 관리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업도 추진했다.
그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 이해도와 조직 관리 능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 내부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강점을 지닌 인물로 꼽힌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전략적 방향 전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쿡이 재무 안정성과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강점을 가진 ‘운영형 CEO’였다면, 터너스는 제품 설계와 기술 혁신에 방점을 둔 ‘엔지니어형 CEO’에 가깝다는 평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애플은 이미 재무적으로 최정점에 도달한 기업”이라며 “이제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비용 효율이 아니라 기술적 돌파구”라고 분석했다. 그는 “AI를 단순 기능이 아닌 하드웨어 설계 단계부터 통합하는 전략이 성공할 경우, 애플은 다시 한번 플랫폼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트 아이폰’ 시험대 오른 애플
터너스 체제의 최대 과제는 ‘포스트 아이폰’ 시대를 여는 것이다. 온디바이스 AI 강화, 공간 컴퓨팅의 대중화, 로보틱스 및 차세대 인터페이스 개발 등이 중장기 과제로 거론된다.
쿡이 4조 달러 기업의 토대를 닦았다면, 터너스는 그 위에서 기술적 도약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운영의 15년이 마무리되고 엔지니어의 시대가 시작되는 지금, 애플이 다시 한 번 혁신 기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전 세계 IT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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