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2026 중국발전포럼 개막식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연설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 칩 조달에 나섰다. 애플의 중국산 칩 구매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독주가 흔들릴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백악관과 미 상무부 등을 상대로 중국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 칩 구매를 승인해달라며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다. CXMT는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연계 의혹으로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 기업(1260H)’ 명단에 포함된 곳이다. 이 명단에 오른 기업과의 거래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정치·평판 리스크가 큰 만큼 애플은 정부에 사전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이 같은 ‘모험’에 나선 것은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원가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LPDDR5X 12GB(기가바이트)’ 가격은 올 1분기 77.1달러에서 2분기 145.9달러로 급등했다. 이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가격도 상승하면서 메모리 비용이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CXMT는 공격적인 증설과 저가 공세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현재 월 약 20만 장 수준인 웨이퍼 생산능력을 올해 말 30만 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기술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반도체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애플 역시 중국산 메모리 조달을 통해 원가 부담을 낮추고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XMT가 애플 공급망에 편입될 경우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CXMT가 애플의 메모리 수요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를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애플은 2022년에도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 양쯔메모리(YMTC)의 낸드플래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미국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미 상원 정보위원회 공화당 간사였던 마코 루비오 현 국무장관은 “애플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YMTC 칩을 실제 조달할 경우 연방정부로부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감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번에도 애플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행정부가 애플의 요청을 받아들이더라도 의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CXMT 제품 가격이 예상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존 물레나르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공화당 위원장은 “애플이 중국 군사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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