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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알아야 면장(免牆)을 한다

고전 여담에 '면장(免牆)'이란 글이 있다. 한자로 면할 면(免), 담 장(牆)자를 쓴다. 한마디로 돌이나 흙으로 쌓은 담벼락이라는 뜻이다. “알아야 담벼락을 마주 본 것 같은 답답함에서 벗어난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알아야 면장(免牆)을 한다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고전 여담에 '면장(免牆)'이란 글이 있다. 한자로 면할 면(免), 담 장(牆)자를 쓴다. 한마디로 돌이나 흙으로 쌓은 담벼락이라는 뜻이다. “알아야 담벼락을 마주 본 것 같은 답답함에서 벗어난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담벼락’은 세상 이치나 물정을 모르는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은유하기도 한다.

흔히 ‘우이독경’(牛耳讀經, 소 귀에 경 읽기)이나 ‘마이동풍’(馬耳東風, 말 귀에 스쳐 지나는 동쪽 바람)의 소나 말을 지칭한 단어와 똑같다. 우리 말로는 고집이 세고 무뚝뚝하며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벽창호’를 말한다.

‘면장’(免牆)은 논어 ‘양화’ 편에 나온다. 공자가 아들 백어에게 “너는 시경의 주남과 소남을 공부했느냐? 사람이 되어서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이는 담장을 마주 보고 서 있는 것 같으니라”라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주남’과 ‘소남’은 ‘시경’에 실린 305편의 시 중 맨 처음에 나오는 두 편의 시에 속한다. ‘주남’은 주 나라 정치를 도맡았던 주공의 선한 영향력과 가르침(덕화)이 미친 남쪽 지역의 노래다. ‘소남’은 주나라의 공신이었던 소공의 가르침이 미친 더 남쪽(장강·황하 유역) 지역의 노래다.

우리 속담에도 ‘알아야 면장을 한다’에서 면장은 행정 구역인 면의 우두머리(面長)가 아니라, 공자가 말한 면장(免牆)을 칭했다. 사람이 알아야 담벼락을 마주 보고 선 것 같은 답답함을 면한다는 뜻이다. 면면장(免面牆)은 ‘담장을 마주한 상황을 면한다’라는 단어다. ‘논어’에서 담벼락은 이렇게 부정적인 의미로 썼지만 시골의 서정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인 시도 있다.

바로 중국 동진의 전원 시인인 도연명이 지은 연작시 ‘음주’ 제5수에 나오는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한가로운 마음으로 저 멀리 남산을 바라보네)’ 구절에서 울타리를 뜻하는 ‘리’(籬)자다. 이 두 구절은 세속의 욕심을 모두 버리고 자연과 하나가 돼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청정한 심경을 상징하는 동양 문학사 최고의 명구로 꼽힌다.

인간의 지식은 옛과 달리 엄청나게 늘었는데 ‘담벼락’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나 지나치게 나만이 옳다는 ‘자기확신’과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보자면 답답하기 마련이다. 그럴때마다 나도 그 사람처럼 벽창호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모르면서 아는 척하며 거들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도 담장 앞에 서 있는 것과 같아서 시야가 좁다고 본다.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사는 곳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여름벌레에게 얼음에 대해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사는 때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식견이 좁은 선비에게 도에 대해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르침에만 얽매어있기 때문이다.”

배움은 면장(免牆)을 통해 시야를 넓혀준다. 하지만 평생을 배워도 모르는 것이 많은 오늘날,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아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최근 한 사례로 지금 우리나라는 외교와 국방 등에서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때론 국회와 정치인들의 활동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처럼 불통으로 계속 불신만 쌓여 가는 가운데 서로 벽만 쳐다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참으로 답답하지만 상대자들이 서로 마주 보고도 진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슬픈 형상이 그려질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떤 누구와 대화 과정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상대방이 대화의 기초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 내뱉는 말로 ‘알아야 면장(面長)을 하지’라고 자주 인용한다.

이 말은 다시 말해 기본 자질이나 역량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상황에 자주 소환된다. 어떤 사물이나 이치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면장(面牆)이지, ‘벽만 쳐다보는 한심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그것에서 벗어나기 즉, 면면장(免面牆)을 하라는 공자의 훈계 말씀이다. 아무런 대안을 찾지 못하고 벽만 쳐다보는 신세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다.

요즘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으면, 면장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은 국면들이 너무나 많다. 특히 정책을 다루는 관료가 본질과 부합하지 않거나 기초 식견이 너무나도 부족한 상태에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질의를 하는 사례는 자주 보게 된다.

심지어 엉뚱한 사실을 들추어내거나 의도적으로 전혀 관련없는 사실을 인용하는 사례도 자주 보게 된다. 이러한 모습들이 모두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한 줄로 표현가능하다. 다시 말해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나아가 ‘알아야 면장(免牆-벽만 쳐다보기에서 벗어남)을 할 수 있지’라는 지적이 가능한 경우라고 들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려면 그 일에 필요한 학식과 실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 즉, 배우지 않고 덤비면 담벼락을 마주한 것처럼 답답한 한계에 부딪히므로, 먼저 자신을 알고, 지식을 익히며 준비해서 알아야 면장이라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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