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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알래스카 LNG 개발, 위험한 사업···트럼프를 조심하라” 전 연방 조정관의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를 압박하는 가운데 30년 가까이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관여해온 현지 전문가가 “이 사업은 결국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래리 퍼실리 전 알래스카 LNG 사업 연방 조정관 인터뷰

경향신문 화상 인터뷰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한 래리 퍼실리 전 알래스카 천연가스관 사업 연방 조정관. 본인 제공

막대한 건설비·낮은 수익성…결국 실현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

계약 조건 따라 성사될 수도 있지만, 공사비 초과·지연 감수해야

한국, 투자금 회수 확신 없이 540억달러를 쏟아부을 수 있겠나

트럼프는 감정적이고, 정직한 인물 아냐…정치적 강행 가능성

하지만 2년 뒤 그는 없다…한국은 스스로를 보호할 것으로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를 압박하는 가운데 30년 가까이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관여해온 현지 전문가가 “이 사업은 결국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래리 퍼실리 전 알래스카 천연가스관 사업 연방 조정관은 5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 한 화상 인터뷰에서 막대한 건설비와 낮은 가격 경쟁력,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 초과 가능성 등을 이유로 꼽으며 “이 사업은 투자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고 말했다.

민주·공화 양당 소속 주지사 행정부에서 천연가스 관련 정책 업무를 했던 퍼실리 전 조정관은 2004년 천연가스 개발 계약 협상에 참여했고, 2010~2015년 버락 오바마 정권 시절엔 연방 조정관을 지냈다. 이후 2015~2017년에는 LNG 수출 터미널 건설 예정지인 니키스키가 속한 케나이반도 자치구에서 석유·가스 정책을 담당했다. 그는 한때 사업의 성공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주정부와 연방정부, 자치구를 두루 거치며 개발 과정을 지켜본 끝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퍼실리 전 조정관은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압박 때문에) 정치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투자금 회수에 대한 확신도 없이 540억달러를 쏟아붓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공사가 시작되고 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중단하기는 어렵다”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 비용 초과 위험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알래스카에서 건설 공사를 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북부지역에서는 땅이 얼어붙은 겨울에만 공사를 할 수 있다. 또 가스를 액화시설까지 운송하려면 길이가 약 13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이 가스관은 작은 하천부터 큰 강까지 440곳이 넘는 수역을 가로질러야 하고, 특히 해류가 강한 쿡만 해저에도 수십㎞에 걸쳐 매설해야 한다. 또 영구동토층을 훼손하지 않도록 겨울철에 땅을 파고 신속히 가스관을 묻어야 하는 등 시공 과정도 까다롭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디에서 문제가 생겨 공사가 지연될 수 있는지, 그로 인해 첫 LNG 수출과 수익 발생이 얼마나 늦어지고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 아시아로의 운송 거리가 짧다는 장점은 있지 않나.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는 미국 멕시코만 연안의 LNG 시설과 비교했을 때 얘기다. 알래스카만큼 아시아와 가까운 캐나다 서부 해안의 LNG와 비교하면 그 이점도 사라진다. 게다가 알래스카 가스의 또 다른 약점은 프루도베이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의 이산화탄소 함량이 12% 이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가 물과 결합하면 산을 형성해 강철 파이프를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스를 파이프라인에 넣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이산화탄소 제거 처리 시설을 짓는 데도 수십억달러가 든다. 반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몬트니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 함량이 1% 미만에 불과하다.”

- 잠재적 구매자인 아시아 국가들은 알래스카 LNG에 관심을 보일까.

“알래스카 LNG는 분명 중동이나 러시아 LNG보다 정치적으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구매자들이 이런 안정성을 위해 얼마를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추가 비용은 감수하겠지만, 100만BTU(열량 단위)당 몇달러씩 더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은 가격에 매우 민감한 시장이다. 캐나다, 파푸아뉴기니 LNG는 알래스카보다 비용이 적게 들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이란 전쟁을 끝내면 카타르도 다시 LNG 생산을 확장할 것이다. 시장에 더 저렴한 선택지가 많이 있다면 알래스카 LNG에 기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아무리 빨라도 LNG를 실제 생산하기까지 6~7년은 걸릴 것이다. 2040~2050년대에도 세계의 LNG 수요가 지금과 같을지 불확실하다. 유럽·아시아의 많은 국가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추세다. 이런 요소들은 투자자나 개발사업자 입장에서 위험이 크다. 100억달러짜리 사업이라면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500억달러 혹은 그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위험을 감수하기에 규모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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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래스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천연가스를 상업화하려 했지만 거듭 실패했다.

“2000년대에 알래스카에서 캐나다를 거쳐 미국 본토 중부지역까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가스를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실제 BP,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등이 이를 진지하게 검토했고, 상당한 자금도 투입했다. 당시에는 북미지역 천연가스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2008~2010년 무렵 셰일가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북미 시장이 더 이상 알래스카 가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후 지난 15년 동안은 LNG를 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사업비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사업비가 500억달러에서 700억~800억달러로 불어난다면 누가 그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지금까지 그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나선 투자자는 없었다.”

- 경제적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데도, 알래스카가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알래스카주는 송유관 덕분에 부유해졌다. 천연가스로 다시 부유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일자리가 생기고 각종 하도급 일감, 세수, 자원 개발 로열티 수입이 발생한다. 이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북미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에너지 개발 사업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규모가 큰 사업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돈을 투자한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다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지난 50년 동안 석유 업체들은 석유와 함께 생산된 가스를 다시 저류층에 주입해 압력을 유지함으로써 더 많은 석유를 추출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가스를 버린 것이 아니다. 이미 매우 수익성 있게 사용해왔다.”

-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그저 정치적 문제일 뿐이다. 현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자금 조달이 문제라면, 한국 정부가 540억달러를 투자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보나.

“물론이다. 가스가 존재하고, 그 가스를 뽑아내 운송할 기술이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핵심은 한국이 어떤 조건을 내거느냐다. ‘540억달러를 투자하겠다. 그러나 공사비가 초과하거나 공사가 지연될 위험은 떠안지 않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업이 진행되려면) 여전히 누군가는 그 위험을 책임져야 한다. 또 한국이 ‘54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우리가 제시하는 가격으로 일정량의 LNG를 공급받겠다’는 조건을 내걸 수도 있다. 사업이 그 가격을 맞출 수 없다면 계약은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정도로 큰 투자를 승인하기 전에는 수백 쪽에 달하는 계약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그 세부조건들이 이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결정하게 된다. 때로는 겉으로 ‘예스’라고 말하지만, 조건들을 따져보면 사실상 ‘노’인 경우도 있다. 한국 정부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 없이 무작정 54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개발사인 글렌파른이 지난 6월 공개한 사업비 추정치 445억~545억달러의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래스카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과 다른 LNG 개발 사업의 비용 상승 사례를 고려하면 그 추정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국 멕시코만 연안과 호주에서 추진된 LNG 프로젝트들도 상당한 비용 초과를 겪었다. 인플레이션과 관세, 철강 수입 제한 등 영향으로 가스 발전기와 압축기, 전력 공급용 변압기 가격이 오른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글렌파른이 부정직한 회사란 뜻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추정으로 보인다. 글렌파른은 텍사스에서도 수년 동안 LNG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텍사스보다 5배나 규모가 큰 알래스카 LNG 사업의 최종 투자 결정을 지난해나 올해 내릴 수 있을 것처럼 발표해왔다.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장으로 보인다.”

- 한국 정부는 투자 결정을 하기 전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까.

“우선 트럼프 대통령을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예측하기 어렵고 감정적이며, 예의나 정직함에 얽매이는 인물이 아니다. 한국은 건설 계획과 비용 추정치, 경제성, 공사 일정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각의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 특히 비용 초과 위험을 누가 부담하게 되는지가 중요하다. 일단 공사를 시작하고 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중단하기에는 너무 늦다.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걱정하지 말라. 공사비가 초과하면 미 재무부가 부담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약속이 실제로 이행될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서류에 서명한다고 해서 그 내용이 법적으로 유효한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는 사업 자체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2030년대부터 LNG를 공급할 수 있을 거란 가정하에 에너지 수급 계획을 짜면 안 될 것이다. 한국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년 뒤면 떠난다. 한국에는 협상 전문가인 관료들이 있을 것이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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