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감독, 전날 9회말 상황 설명
‘손가락 하나’ 의미는 야수가 1명뿐
“선수 차별한 것 아니다” 일축
DH소멸, 연장 승부 등 고려한 계산
“그때 우리에게 남아 있던 야수는 딱 한 명뿐이었다.”
NC 이호준 감독이 포수 안중열의 ‘사구 교체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손에 공을 맞고 통증을 호소한 안중열을 왜 곧바로 교체하지 않았느냐는 팬들의 의문에 당시 벤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핵심은 하나다. NC에 남아 있던 야수가 신재인 단 한 명이었고, 끝내기에 실패해 연장으로 갈 경우까지 대비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 경기를 앞두고 전날 두산전 9회말 상황을 되짚었다.
논란의 장면은 20일 두산전 9회말에 나왔다. 안중열이 투구에 손을 맞고 상당한 통증을 호소했다. 몸에 맞는 볼로 1루에 나가야 하는 상황. 그러나 NC 벤치는 대주자를 투입하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아파도 1루로 나가라는 의미 아니냐’, ‘부상 선수를 무리하게 뛰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4회 오른 무릎에 공을 맞은 이우성이 5회 수비를 앞두고 최정원으로 교체됐기에 두 상황이 비교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 감독의 설명은 달랐다. ‘손가락 하나’는 안중열에게 1루로 나가라는 지시가 아니라 벤치에 남아 있는 야수가 ‘한 명’이라는 뜻이었다. 트레이너가 상황을 모르고 교체 사인을 내자, 이 감독이 트레이너에게 보낸 신호였다.
이 감독은 “내가 손가락 하나를 폈던 것은 ‘우리 야수가 한 명밖에 안 남았다’는 신호였다”며 “안중열이 아픈데도 안 바꿔준다거나 누구는 보호하고 누구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NC 벤치에 남은 야수는 신재인이 유일했다. 문제는 신재인을 안중열의 대주자로 투입한 뒤 9회말 점수를 뽑지 못했을 경우다.
안중열이 빠지면 당장 다음 수비에서 포수가 없다. 이 경우 권희동이 포수 마스크를 써야 했다. 지명타자 박건우의 대주자로 이미 경기에 들어간 박시원은 좌익수 수비에 투입해야 했다. 여기에 더 이상 투입할 야수가 없기 때문에 지명타자 제도까지 소멸할 경우, 투수가 타순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마지막 야수 신재인을 9회에 써버렸다가 경기가 연장 10회, 11회로 이어지면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투수가 타석에 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감수해야 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안중열은 끝내기 득점을 책임져야 할 주자도 아니었다. 이 감독은 “안중열은 역전 주자도 아니었다.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다”며 “누가 뜬공을 치든 땅볼을 치든 3루 주자만 들어오면 된다. 점수가 날지 안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지막 야수를 써버릴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체된 이우성과는 상황 자체가 달랐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이우성은 다리에 공을 맞았고 본인이 ‘뛰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다리를 맞았기 때문에 이후 수비까지 생각하면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안중열도 다리에 맞았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꿨을 것이다. 하지만 손에 맞았고, 당시 남은 야수가 한 명뿐이라 교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선수에 따라 보호 기준을 달리 적용했다는 시선에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은 “이우성은 보호해주고 안중열은 보호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라며 “연장으로 갈지도 모르는데 남은 야수 한 명을 모두 써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NC는 9회말 승부를 끝내면서 이 감독이 우려했던 연장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벤치는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다. 끝내기에 실패했을 때까지 대비해 마지막 카드 한 장을 남겨둬야 했다.
팬들에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공에 맞은 안중열의 손과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사령탑은 그 순간 남은 야수 숫자와 포수 공백, 지명타자 소멸 가능성, 연장 승부까지 동시에 계산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감독이 펼쳐 보인 ‘손가락 하나’의 의미도 달랐다. ‘아파도 1루로 가라’는 뜻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남은 야수가 이제 한 명뿐이다.’ 논란이 된 장면에 대한 이 감독의 설명은 명확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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