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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안동 한·일 정상회담, '신지방 외교시대' 서막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월 말 도쿄에서 열린 '수시 테크(SusHi Tech) 도쿄 2026' 콘퍼런스에서 "지자체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기술이나 제품을 구매하도록 장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통인 오영환 연구원(서울대...

안동 한·일 정상회담, '신지방 외교시대' 서막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14일 일본 나라의 호류지(법륭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오는 5월 19~20일 경북 안동에서 개최되는 이재명 대통령과 다케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은 대한민국 외교의 지평을 서울에서 지역으로 확장하는 '신지방 외교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같은 다자(多者)회의를 제외하고 지방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손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이시바 시게루 당시 일본 총리를 부산으로 초청해 지방 외교의 시동을 걸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奈良)를 먼저 찾은 데 따른 답방 형식이기도 하다. 이에 잘 활용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 국교정상화(196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1998년)에 버금할 '한·일 신협력시대'를 열어갈 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지방 외교시대'는 세 가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딱딱한 정무적 관계를 넘어선 '감성 외교 모델'이다. 양국 정상이 역사적 상징성을 갖고 있는 고향 도시를 교차 방문해 정서적 유대감을 쌓는 새로운 방식이다. 지난 1월 나라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함께 드럼을 치는 등 감성 외교의 극적인 효과를 보여줬다. 이번 안동 정상회담에서도 양 정상이 안동소주와 나라 사케의 혼합주를 만들어 러브샷을 하는 등 깜짝 이벤트를 펼치면 한·일 간 화학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안동 정상회담은 'K-문화'의 발현지로서 지방 재발견에 기여할 수 있다. 안동 정상회담은 지방도시가 가진 독자적 문화 자본이 국가적 외교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동은 세계유산의 3대 범주(문화유산·기록유산·인류무형유산)에 해당하는 유산을 모두 보유한 도시다.

엘리자베스·조지 W 부시 안동 찾아

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은 외국 정상과 국가 수반들에게 한국 고유의 미(美)를 전달하는 강력한 외교 콘텐츠다. 1999년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방문은 당시 안동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경북은 지난해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지난해 10월 취임 9일 만에 경주 APEC 참석차 경북 경주를 찾았다. 이번에 안동을 찾는다면 다시 한번 경북을 글로벌 관광명소로 부각시킬 절호의 기회다. 안동소주와 안동간고등어 등 지역특산물 홍보와 수출 판로도 확대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도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5극 3특', 다카이치 총리는 '지방창생'을 각각 지방정책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월 말 도쿄에서 열린 '수시 테크(SusHi Tech) 도쿄 2026' 콘퍼런스에서 "지자체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기술이나 제품을 구매하도록 장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통인 오영환 연구원(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신지방외교는 지역의 고유한 서사를 통해 국가브랜드 깊이를 더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안동 한·일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필자는 네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먼저 국가 흥망성쇠의 열쇠이자 공통 이슈인 저출생·지방소멸에 대한 한·일 간 공동 대응이다. 이 대통령이나 다카이치 총리 역시 인구 문제에 관심이 높다. 일본특파원 출신인 곽재원 광주과기원 AI특임교수는 "세계 최저인 한국 0.8명과 일본 1.15명의 출산율과 지방 소멸이라는 공동 이슈에 신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한·일 저출생 대응 지자체 연합' 출범으로 경북과 일본 돗토리(鳥取)현 등 인구 위기 극복의 모범 사례를 공유할 수 있다.

둘째, 영남·야마토(大和) 역사 파트너십 체결이다. 통일신라(경주)·유교(안동) 문화와 일본 아스카(飛鳥)·나라 문화를 잇는 한·일 고도(古都) 문화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안동의 선비정신과 일본 무사도 관련 학술포럼을 개최하는 방법도 있다. 양국의 전통 가치관을 현대적 기업가 정신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셋째, 에너지 협력 플랫폼 구축이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해협 위기로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에너지 안보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국의 강점과 산업경쟁력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수소에너지 공동 연구를 해야 한다. 이미 일본은 SMR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히타치 BWRX-300 모델'을, 한국은 초전도 핵융합 연구 장치인 'KSTAR'를 보유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SMR 클러스터'를 합작하면 세계적으로 앞서갈 기회를 맞게 된다.

넷째, '한·일 산림협력'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중립과 목재활용은 시대정신이다. 산림강국 일본은 최근 산림정책 패러다임을 '보존과 조성'에서 '지속가능한 이용·도시목조화, 산림환경세 도입 및 지방재원 확보'로 대전환했다. 탈탄소사회 실현을 위해 2021년부터 공공건축물뿐 아니라 민간건축물까지 목조 건축 시 용적률 완화, 부동산 취득세 면제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전체 목조건축물 비율을 20% 이상 높이는 전략이다.

한국은 민둥산에서 푸른 숲으로 전환했지만 '반쪽의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국토 면적의 63%가 산지인데, 숲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목조건축물 비율은 4%에 불과하다. 특히 산림 비중이 높은 경북은 지난해 의성에서 일어난 산불로 치명적인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안동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 매화나 소나무를 공동 식수하면 한·일 간의 '변치 않는 신뢰'를 상징하는 외교적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안동 방문을 계기로 일본의 27명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이 매년 경북에서 '노벨과학상 학생캠프'를 개최할 것도 제안한다. 이는 한·일 간 문화교류를 넘어 과학연구의 협력으로 미래세대를 더욱 밝게 만들 것이다.

철천지 원수였던 프랑스와 독일은 뮌헨(독일), 에비앙(프랑스) 등 지방도시에서 수많은 정상회담을 통해 우정을 다져 유럽 최고의 동맹국가로 도약했다. 안동에서 열리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방도시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정례화되어 한·일 신협력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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