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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주식을 물려받은 상속인이 현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경우 일단 주식으로 세금을 납부(물납)했다가 5년 뒤 다시 사들일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시장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사실상 현금화가 어려워지는 물납주식이 늘고 있어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5일 “장기간 매각되지 않는 물납주식의 경우 관리 차원에서 최초 세금 납부 단계부터 환매 조건을 붙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의 지주사인 NXC 물납주식이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족은 5조 원에 육박하는 상속세를 현금으로 납부하기 힘들어 NXC 지분 29.3%를 정부에 물납한 바 있다. 정부는 이 주식을 팔기 위해 여러 차례 입찰을 실시했지만 투자 규모가 너무 크고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어려워 매각에 곤란을 겪다가 최근 이 지분을 NXC에 재매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물납 신청 때 상속인이나 발행 회사가 5년 이내 되사는 조건으로 물납을 허가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물납 제도 자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소관인 만큼 실제 제도화 여부는 시행령 개정 논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 증권으로 물납할 수 있는 세목은 상속세뿐이다.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상속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일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춰 현금 대신 해당 자산으로 세금을 낼 수 있다. 과거에는 증여세도 가능했지만 2008년 시행령 개정 이후 증여세 물납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세금 대신 받은 비상장 주식을 실제 현금으로 바꾸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국세물납증권을 위탁받아 공매 등을 통해 처분하지만 비상장 주식은 거래 시장이 좁고 경영권을 동반하지 않는 지분은 투자 매력이 낮다. 매각이 늦어질수록 세수 확보도 지연되고 국유재산 관리 부담은 커진다.
이에 따라 장기간 처분되지 않은 물납주식도 급증하고 있다. 캠코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정부가 5년 이상 장기 보유 중인 물납증권은 259건, 3995억 원에 이른다. 장기 보유 물납증권 중에는 보유 기간이 20년을 넘긴 사례도 있었다. 5년 이상 장기 보유 종목 가운데 최장 보유 사례는 28년 된 휴면 법인 주식이었다.
환매조건부 물납은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거론된다. 정부가 물납주식을 받은 뒤 시장에서 매수자를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재매입 조건을 붙이면 장기 미매각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제도 설계에 따라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환매 가격을 물납 당시 평가액으로 할지, 재매입 시점 평가액으로 할지에 따라 국고 손실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기업가치가 떨어진 뒤 상속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낮은 가격에 주식을 되사면 세금 대신 낸 주식을 싸게 되찾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비상장 주식 물납은 결국 국가가 현금화 부담을 떠안는 제도인 만큼 물납주식을 쌓아두기보다 매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상속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낮은 가격에 주식을 되사는 통로로 악용되지 않도록 가격 산정과 재매입 조건에 대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물납은 납세자의 현금화 어려움을 정부가 인정해 허용한 제도인데 안 팔린다는 이유로 재매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라며 “정부가 처분 방식에 민간적 판단과 유연성을 더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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