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빛고을 시민회관서 공연·특별전 등 다채로운 행사
실로암이 있어서 다행이다’ 등그간 활동 담은 책 발간도
사단법인 실로암사람들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을 다짐하는 뜻깊은 무대를 마련했다. 사진은 빛고을시민회관 1층 전시실 모습.
사단법인 실로암사람들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을 다짐하는 뜻깊은 무대를 마련했다. 김용목 실로암사람들 대표는 최근 50주년 기념 글모음 집 출간에 이어, 10월 1∽2일 양일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특별 전시·공연 ‘장애 프라이드: 세상의 빛이 되다’를 선보인다.
1976년 국내 장애인 복지가 황무지와 다름없던 시절 장애인 당사자들과 연대자들이 모여 첫 씨앗을 심었다. 1991년 그 흐름에 합류해 35년간 동행해 온 김용목 목사는 실로암사람들의 50년을 “차별과 외로움의 현장에서 인간의 존엄을 함께 일구어온 시간”이라고 말했다.
실로암사람들은 창립 반세기를 맞이해 두 권의 기념 문집 ‘실로암이 있어서 다행이다’와 ‘아픔을 직시하는 힘이 아픔을 넘는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1991년부터 소식지 등에 실었던 글을 모아 엮은 이 책들은 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지역 장애인 인권 운동의 치열했던 현장을 정직하게 ‘받아쓰기’한 공동체의 자서전이다.
첫 번째 책의 제목인 ‘실로암이 있어서 다행이다’는 과거 무연고 장애인의 장례식장에서 한 장애인이 건넨 나지막한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외롭고 힘겨운 순간 곁을 지켜주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당사자들에게는 삶을 견디는 버팀목이었고, 김 목사 자신에게도 실로암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울타리였다.
이어지는 두 번째 책 ‘아픔을 직시하는 힘이 아픔을 넘는다’에는 2002년부터 최근까지의 기록이 담겼다. 전 국민을 울리고 분노케 했던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일명 ‘도가니 사건’) 대책위 활동 등을 이끌며 김 목사가 가슴 속 새긴 명제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아픔과 불의가 너무 크면 외면하고 싶은 유혹이 들지만 고통의 현실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직시할 때 비로소 이를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동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장애는 불쌍함 아닌 권리”… 환대와 존중의 공동체
김용목 목사가 35년간 현장에서 일관되게 외쳐온 화두는 단 하나 바로 ‘인간의 존엄’이다. 장애인을 단순한 시혜나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이동하고 일하며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가진 주체로 서게 하는 일이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고 장벽으로만 여겼던 그 역시 실로암 수련회에서 다른 장애인들을 만나며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문제는 장애 자체가 아니라 장애를 왜곡해서 바라보는 시선과 사회적 장벽에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이후 신앙은 그에게 현실을 피하는 위안이 아니라, 울면서도 아픈 이들의 곁을 끝까지 지키게 하는 단단한 소명이 되었다.
실로암사람들이 50년 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실천 원칙은 ‘환대, 존중, 함께’다. 장애를 능력이자 아름다움으로 고백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환대하고, 차별 없이 존중하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광주 장애인 50년, ‘장애 프라이드’로 세상의 빛을 밝히다
이번 실로암 50주년의 하이라이트는 오는 10월 1일부터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개최되는 기념 행사다. ‘광주 장애인 50년, 장애 프라이드: 세상의 빛이 되다’라는 슬로건 아래 전시와 공연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제35회 ‘하나 된소리’ 무대로 마련되는 ‘시대를 담은 목소리’ 공연은 장애인 당사자들과 지역사회가 음악과 예술을 통해 지나온 역사를 노래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축제의 장이 될 예정이다. 빛고을시민문화관 2층 공연장에서 10월 1일 오후 7시 선보인다.
전시는 빛고을시민문화관 1층 전시실에서 10월 1~2일 전개된다. 1976년 씨앗을 심던 시기(1976~1991)부터 뿌리를 내리고(1992~2004), 가지가 뻗어(2005~2012), 마침내 풍성한 숲을 이룬 현재(2013~현재)까지 광주 장애인 역사 50년의 발자취와 삶의 고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사단법인 실로암사람들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을 다짐하는 뜻깊은 무대를 마련했다. 인화학교성폭력 사건을 비롯해 지역 장애인들과 함께해온 실로암사람들 김용목 목사.
김용목 목사는 50주년을 맞은 실로암사람들이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높은 곳을 바라보기보다 다시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겠다”라는 다짐을 밝혔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 제도 밖에 남겨진 외롭고 아픈 이들 곁으로 찾아가 그들의 삶을 계속해서 정직하게 받아쓰는 사람으로 남겠다는 뜻이다.
거창한 담론보다 내 곁의 외로운 이웃에게 삶의 자리를 조금 내어주는 것에서부터 더불어 사는 세상이 시작된다고 강조하는 김용목 목사. 그가 온몸으로 엮어낸 실로암 50년의 역사는, 고통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잡고 인간의 존엄을 지켜낸 가슴 뜨거운 증언이자 이정표가 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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