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아파트 250m 앞 200㎿ 데이터센터라니…무안 주민 분통

“아파트 앞에 200㎿(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고 하면 누가 찬성합니까?”

지난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군 오룡지구 주민들이 아파트에서 250m 떨어져 있는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기민도 기자

광고

“아파트 앞에 200㎿(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고 하면 누가 찬성합니까?”

지난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군 오룡지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250m 떨어진 부지에는 ‘주민 동의 없는 데이터센터 허가 반대’라고 쓴 노란색 펼침막이 붙어 있었다. 이날 기자와 데이터센터 건설 예정 터를 함께 찾은 이곳 주민 김형구, 이성은, 이승현씨는 “산업단지도 아니고, 지방에도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개발한 이곳을 데이터센터 용도로 팔았다니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오룡지구와 그 옆 남악지구는 무안군 인구(9만5592명)의 54.3%(5만1867명)가 사는 신도시다. 오룡지구는 올해에만 초등학교 2개가 신설될 정도로 젊은 학부모들이 많이 산다.

‘아파트 앞 데이터센터’ 논란은 지난해 8월20일 전남개발공사가 무안군 오룡리 지원7블록 3만7695㎡(1만1402평) 부지를 약 228억원에 부동산 개발 업체에 팔면서 시작됐다. 이 부지는 방송통신시설이 입주할 수 있는 지원시설용지다.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돼 있어 1종 일반주거지역이 아니라면 건축할 수 있다. 개발 업체가 지난 7월31일 무안군에 연면적 8만5667㎡(2만5914평) 규모의 데이터센터동, 발전기동, 오피스동 등 3동의 건축 허가를 신청하고, 무안군이 이를 주민들에게 사전 고지하면서 이 사안이 알려졌다.

광고

오룡지구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마다 반대 펼침막을 걸고 무안군에 집단 민원을 넣고 있다. 주거 지역 주변 데이터센터 건립을 놓고는 △대규모 서버와 냉각시설에 따른 폐열 발생으로 주변 온도가 상승하는 열섬 현상 △냉각팬과 비상발전기 가동으로 인한 야간 소음 △화재 및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승현씨는 “초등생 아이들도 많은데 고주파와 화재 위험성이라는 리스크를 왜 우리가 감당해야 하느냐”고 했다.

주거 지역 데이터센터 건립 갈등은 수도권에서 먼저 시작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는 5㎿ 규모 데이터센터가 2024년 10월 건축 허가를 받고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당시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공사가 한달 반 중단되기도 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현행법상 건축 허가가 난 후 공사를 중지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 신청이 들어온 곳이 세 군데 더 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6가 인근 5㎿ 규모의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8월 건축 허가가 접수됐지만 구청이 전자파와 민원 등을 검토한다며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 영등포구에선 1곳이 완공, 2곳은 공사 진행, 1곳은 건립 예정, 4곳은 건축 허가 또는 심의 접수 상태다. 경기도 과천·시흥·고양·김포 등에서도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와 착공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광고

광고

지난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군 오룡지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붙어 있는 데이터센터 반대 펼침막. 기민도 기자

수도권에서는 주거 지역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도 시작됐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지난달 정기회의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제한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이들은 제2·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제한할 수 있도록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건의하고, 장기적으로는 준주거지역과 준공업지역에서도 자치구가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과천시의회에서는 지난달 27일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립을 규제하는 내용의 ‘과천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심의 끝에 부결되기도 했다.

오룡지구 주민들은 “수도권에서 반발이 심해지니 지방으로 눈을 돌려 주거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게 아니냐”고 했다. 수도권에서는 5㎿ 규모만 지어도 반발이 나왔는데, 오룡지구 데이터센터 규모는 그 40배에 달한다. 김원중 무안군의원은 “200㎿ 규모면 산업단지나 개발행위를 해서 만들어진 곳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택지로 만든 곳에 이런 시설을 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광고

무안군은 건축 인허가를 빠르게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안군의회는 지난 2일 ‘오룡지구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및 건축 허가 불허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