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적용 예외인 중증장애인
노동 가치 인정받는 일자리 확대를
2026년 7월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7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보다 3.7% 오른 금액이며, 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 월급은 223만 6300원이다. 인상 폭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리지만, 최저임금의 본질은 분명하다. 그것은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권리이자 생계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망이다. 사업주에게는 부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고용 안정과 소비 확대를 통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제도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최저선’이 모든 노동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최저임금 바깥에 놓인 이들이 있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40여만 원 수준에 그치고, 일부는 월 10만~30만 원대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이들. 1986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법률상 최저임금 적용이 명시적으로 제외되는 사실상 유일한 집단이 있다. 바로 보호작업장과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된 장애인 노동자는 약 1만 명이다. 이 가운데 98%가 중증장애인, 89%가 발달장애인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는 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한다. 최저임금이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면, 가장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예외를 허용해 온 셈이다.
‘장애가 심하면 최저임금도 받을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 대안이 된 ‘장애인 권리중심형 공공 일자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권익옹호, 장애인식 개선, 문화예술 활동 등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노동을 제도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주 14~15시간 안팎의 단시간 근무에 머물러 실제 월급은 수십만 원 수준인 경우가 적지 않다. 사회참여의 기회는 될 수 있어도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소득보장으로는 이 또한 전혀 대안이 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장애인의 능력이 아니라 제도의 한계다. 활동지원서비스, 근로지원인, 보조공학기기, 직무 재설계가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면 중증장애인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따라서 노동은 결코 생산량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노동은 사회 참여이고 자존감이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선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답해야 한다. 왜 어떤 노동자는 최저임금 협상의 자리가 있는데, 어떤 노동자는 그 권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적은 최저임금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닿을 수 없는 꿈이어야 하는가. 수십억 원의 성과급을 받아낸 대기업 노조를 바라보며 다수 국민이 느꼈던 심리적 박탈감과 전혀 결이 다를 바 없는 중증장애인들의 최저임금을 향한 시선.
우리 사회가 중증장애인의 정당한 노동권을 인정한다면 보호작업장의 구조를 개선하고,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를 재검토하며, 권리중심형 공공 일자리를 더 나은 일자리로 확대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사회의 약속이라면, 그 약속은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도 반드시 닿아야 한다.
/남정우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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