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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내 자리라는 착각

매일 아침 7시 55분. 사무실 건물 1층 커피숍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오전 8시에 문을 열지만, 단골인 나는 작은 특혜를 누린다. 5분 먼저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책을 펼친다. 삼 년 넘게 이어온 일과다. 앉는 자리도 늘 같다. 이층 구석에 놓인 동그란 테이블.

[아침을 열며] 내 자리라는 착각

익숙함이 권리라고 여겨서는 안돼

시민에게 빌린 권력에 집착 말아야

매일 아침 7시 55분. 사무실 건물 1층 커피숍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오전 8시에 문을 열지만, 단골인 나는 작은 특혜를 누린다. 5분 먼저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책을 펼친다. 삼 년 넘게 이어온 일과다. 앉는 자리도 늘 같다. 이층 구석에 놓인 동그란 테이블. 다른 손님들과 부딪힐 걱정이 없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독서 시간. 하루 중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 평화가 깨졌다. 늘 같은 시간, 늘 비어 있던 내 자리에 누군가가 앉은 것이다. 순간 당황했다.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라 잠시 갈팡질팡. 이내 짜증이 밀려왔다. ‘아니, 수많은 자리를 놔두고 왜 하필 내 자리야?’ 테이블에 내 이름이 새겨진 것도 아니다. 매달 자리세를 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하늘이 내려준 천부인권이라도 침해당한 기분이 들었다. 3년 동안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느새 그 자리는 내 소유물이 되었다. 다음 날, 커피숍에 도착한 시간은 7시 53분. 평소보다 2분 일찍 도착해 커피숍 안을 기웃거렸다. 다시는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 다행히 자리는 비어 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고작, 의자 하나 지키겠다고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비슷한 경험은 또 있다. 새벽 5시, 매일 창원천을 달린다. 새벽 러닝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천천히 걷는 할아버지 한 분과 천천히 걷는 것처럼 달리는 60대 아저씨 한 분을 포함해 고작 서너 명이 전부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창원천을 달리면 마치 창원천을 통째로 전세 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6시쯤 달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달려온다. 몇 미터 간격으로 사람을 마주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슬그머니 짜증이 올라온다. ‘아니, 이 시간에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창원천이 내 개인 운동장도 아니고, 우선 이용권을 받은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헬스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독 마음에 드는 운동 자리가 있다. 정면에 대형 거울이 있고 에어컨 바람도 적당히 부는 곳이다. 바벨을 들고 운동하면서 몸매까지 확인할 수 있는 명당이다. 그런데 누군가 먼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그날 운동은 시작부터 꼬인다. 괜히 곁눈질로 눈총을 한 번 쏘게 된다. 다른 곳에 운동할 공간이 널찍하게 비어 있는데도 심사가 뒤틀린다. 헬스장 회원권을 끊었지, 그 자리를 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참 우습다. 커피숍 의자도, 창원천도, 헬스장 운동 공간도 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오래 이용했다는 이유로 어느새 내 것이라고 착각하며 산다. 익숙함이 권리가 되고, 습관이 소유가 된 것이다. 고작 커피숍 의자 하나에도 이렇게 집착하는데, 하물며 권력의 의자는 오죽할까. 처음에는 시민을 대신해 잠시 맡은 자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4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물러날 수도 있는 자리. 나 아닌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앉을 수 있는 자리.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자리가 익숙해지고 권력의 단맛을 알게 된다. 한 번 앉으니 두 번 앉고 싶고, 두 번 앉으니 세 번도 욕심난다. 급기야 평생 앉아 있고 싶은 욕망이 싹튼다. 시민에게 잠시 빌린 자리라는 사실을 잊고, 어느새 영원히 가져야 할 자리로 여긴다. 내가 커피숍 의자 하나에 집착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정치인과 나는 욕망의 크기도, 무게도 다르다. 하지만 ‘내 자리’라는 착각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인들 탓할 것도 없다. 당장 내가 문제다. 내일 아침, 커피숍에 2분 일찍 갈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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