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후원금 순위 경쟁하는 '엑셀 방송'
연령 제한 없이 노출돼 청소년 모방 우려
"○○업! ○○업!"
한 초등학교 행사에서 아이들이 일렬로 서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일부는 엉덩이를 높이 치켜드는 동작을 하고, 무대에 나선 친구의 이름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이처럼 초등학생들이 성인 인터넷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춤과 진행 방식을 따라 하는 영상이 확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인방송의 선정적인 동작과 후원 유도 방식이 어린 학생들에게 놀이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음지에서 소비되던 자극적인 콘텐츠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아이들에게까지 노출되고 있다", "아동이 성인 콘텐츠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 이런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게 이해하기 어렵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된 콘텐츠는 이른바 '엑셀 방송'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엑셀 방송은 여러 인터넷 방송인이 함께 출연해 실시간으로 시청자 후원금 실적을 경쟁하고, 후원 순위 등을 엑셀 문서처럼 정리해 공개하는 방송을 말한다.
'엑셀 방송'. 후원 순위를 엑셀에 매겨 띄워주며 출연자들끼리 더 높은 후원금을 받도록 경쟁하게끔 유도한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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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방송에서는 여성 BJ들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춤이나 동작을 선보이며 후원을 유도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이버 룸살롱'이라는 비판적인 표현도 등장했다.
과거 일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중심으로 소비되던 엑셀 방송은 최근 유튜브 라이브와 쇼츠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방송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청자는 이른바 '큰손'이다. 수천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보내는 시청자가 등장하면 출연자들이 일제히 반응하며 감사를 표하는 식이다. 후원 규모가 클수록 방송에서 받는 관심도 커지는 구조여서 출연자 간 경쟁 역시 치열하다. 더 많은 후원을 끌어내기 위해 자극적인 의상이나 춤을 선보이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용자가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유사한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쇼츠 등 숏폼 서비스는 이용자가 영상을 넘겨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연이어 추천한다. 청소년 계정에서 선정적인 콘텐츠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지, 연령 확인과 콘텐츠 제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기존 방송인과 연예인들의 참여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방송인 신정환은 최근 유튜브에 출연해 "우연한 기회에 젊은 친구들과 요즘 유행하는 라이브 방송을 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활동할 수 있는 나이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가수 MC몽도 지난 2일 틱톡 라이브 방송에서 "내달 공개를 목표로 엑셀 방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MC몽은 2010년 병역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고의 발치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지만, 허위 사유로 입영을 연기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선정적인 춤뿐 아니라 인터넷 방송에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행동이 미성년자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미디언 출신 방송인 MC 딩동(본명 허용운·47)은 지난 3월 인터넷 방송 플랫폼 팬더티비의 엑셀 방송 도중 여성 BJ의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등 폭행해 논란이 일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엑셀 방송' 쇼츠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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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방송 콘텐츠가 온라인을 넘어 학생들의 생활권과 맞닿은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약 100m 떨어진 건물 지하에 엑셀 방송 전문 기획사 스튜디오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교 시간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 BJ들이 건물 주변에서 흡연하는 모습 등이 목격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졌다.
민원이 이어지자 강남구청과 경찰, 학교 관계자들이 합동 점검에 나섰지만 별다른 행정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해당 시설이 '스튜디오 대여업'으로 등록돼 교육환경보호법상 제한 업종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과 구청은 내부에 밀폐된 공간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청소년 유해업소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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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성인 콘텐츠의 맥락과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성장기 아동·청소년이 자극적인 행동을 단순한 장난이나 유행으로 받아들여 모방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플랫폼의 실효성 있는 콘텐츠 관리와 연령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한편 가정에서도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지속적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은서 인턴기자 els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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