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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비뇽서 꽃핀 K-연극

아비뇽이라는 도시는 프랑스 남부에 자리한 작은 도시다. 인구가 10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지만 역사적으로는 격동기를 보낸 유서 깊은 도시라고 할 것이다. 언뜻 떠오르는 것은 세계사 교과서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아비뇽의 유수(幽囚)’다.

아비뇽서 꽃핀 K-연극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현장=연합뉴스

아비뇽이라는 도시는 프랑스 남부에 자리한 작은 도시다. 인구가 10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지만 역사적으로는 격동기를 보낸 유서 깊은 도시라고 할 것이다. 언뜻 떠오르는 것은 세계사 교과서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아비뇽의 유수(幽囚)’다. 신성로마제국과의 갈등에서 밀린 교황청이 1309년 이곳으로 옮겨와 1377년까지 머무른 사건이다. 당시 교황 클레멘스 5세부터 7명의 교황이 여기에서 거처했다. 따라서 고딕양식의 교황청 궁전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아비뇽을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비뇽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연극제다. 영국 에든버러와 미국 오스틴과 함께 세계 3대 축제 도시로 명성을 얻게된 것은 바로 이 페스티벌 덕분이다. 1947년 연출가 장 빌라르는 교황청 궁전에 착안해 이곳에서 연극제를 열었다. 낡은 성벽과 긴 여름의 낮과 밤, 그리고 굴곡 많은 역사 스토리가 축제 도시로서는 적격이라는 판단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참가 희망이 줄을 이었다. 매년 7월에 3주간에 걸쳐 열리는 이 축제는 프랑스에서도 가장 오래된 축제이자 규모가 큰 공연예술행사로 위상을 굳건히 했다. 교황청 궁전 등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된다. 또 행사 때마다 1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현재 아비뇽 페스티벌은 공공이 심사·투자하는 IN 부문과 민간 협회가 운영하는 OFF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IN 부문에는 공식 초청작이 나오고, OFF 부문에는 희망 공연 단체나 예술가가 자유로이 참가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 열린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이 한국 공연과 한국어로 물들었다. 조직위 측이 올해 공식 초청언어로 한국어를 선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관련한 각종 프로그램이 대거 선보였다. 조직위는 총 47편의 공식 초청작 중 9편을 한국 작품으로 골랐다. 전통 연희와 판소리 공연, 다큐 형식의 연극 등 다양한 우리나라 작품들이 관객과 만났다. 특히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낭독 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져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한국 문학 도서전에도 방문객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그 외에도 도시 곳곳에 한글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좋은 반응이 이어진 것은 기대 이상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티아구 호드리게스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 감독은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 한국 작품들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폭발적으로 긍정적이었다”며 “많은 전문가와 연극계 관계자들이 만장일치로 한국 작품들이 좋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간 K-팝 등 대중문화의 그늘에 가려 있던 K-연극이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견지서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은 의미가 깊다고 할 것이다. 사실 지난해 ‘벚꽃 동산’이 해외 공연을 이어갔고, 지난달 국립극단도 독일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테아테 데어 벨트’에서 전석 매진의 성과를 올렸다. 좋은 흐름인 것 같다.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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