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시사평론가
한때는 70% 이상의 국정운영 지지율도 보였다. 올 초까지도 60%대 지지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집권 1년을 훌쩍 넘긴 이재명 대통령 얘기다. 기대한 대로라면 지금쯤은 '변화와 혁신'에 총력을 쏟으며, 그 성과를 무더기로 쏟아낼 시점이다. 게다가 중앙정치와 지방정치까지 장악한 상태다. 환경이 이보다 더 유리할 순 없다. 심지어 야당인 국민의힘은 그저 '반대'하는 것 빼곤 존재감도 없다. 여권에 대한 견제는커녕 스스로 서기조차 어렵다. 권력관계만 놓고 보면 이재명 정부는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정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영역은 권력의 형식만큼이나 질적인 것도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는 이 대통령 한계가 뚜렷했다. 무엇보다 법적, 도덕적 결함을 빼놓곤 얘기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낸 것은 그의 '유능함' 때문이다. 질적인 결함이 있더라도 난국을 타개하고 더 큰 혁신을 기대했던 민심이 워낙 컸다는 뜻이다.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관련자들이 줄줄이 처벌받을 때는 지지율이 70%를 넘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하지만 '심판의 시간'이 지나고 '민생의 시간'이 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하나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 가장 민감한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외려 역풍이다. 아파트값은 오르고, 주식시장은 투전판이 되고 말았다. 기대감은 순식간에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김민석 대표를 지원하는 메시지가 반복됐으며, 그 결과 김 대표는 어렵사리 당선될 수 있었다. 지난 19일 경선 후보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신임 김 대표를 맞는 이 대통령의 환한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민생에서 배신당한 민심, 전대에서 돌아선 당심의 후유증이 생각보다 크다. 전당대회 이후의 한 여론조사에선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여론은 40%에 불과했다(미디어토마토, 22일~23일 조사). 2주 전 조사보다 긍정은 4.2%포인트 줄고 부정은 54.9%로 3.1%포인트 늘었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의 득표율 49.4%는 내란을 단죄하고, 더 큰 개혁으로 가야 한다는 중도와 진보 연합의 총합이다. 과반에 못 미친 건 기득권 세력의 저항 못지않게, 이 대통령의 흠결이 컸다. 그런데도 임기 초 70%대 안팎의 높은 지지율은 국민의 기대치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30%대 지지율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도와 진보 연합이 깨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도는 이 대통령의 무능함에, 진보는 배신감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다. 이대로는 국정 혁신도, 차기 총선과 정권 재창출도 난망하다. 다행인 것은 아직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부디 초심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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