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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써봤다] 니콘 Zf + Z 50mm f/1.2, AI 시대에 1.8kg 카메라를 든 이유

니콘 Zf와 NIKKOR Z 50mm f/1.2 S /사진=테크M 니콘 Zf와 NIKKOR Z 50mm f/1.2 S(이하 Z 50mm f/1.2)의 조합은 묵직하다. 한... 니콘 Zf /사진=테크M 대신 손에 익숙해질수록 '찍는 맛'이 진해진다. Zf를 카메라가 아닌 '사진기'라 부르고...

[써봤다] 니콘 Zf + Z 50mm f/1.2, AI 시대에 1.8kg 카메라를 든 이유

니콘 Zf와 NIKKOR Z 50mm f/1.2 S /사진=테크M

니콘 Zf와 NIKKOR Z 50mm f/1.2 S(이하 Z 50mm f/1.2)의 조합은 묵직하다. 한 손으로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순간, 손목부터 어깨까지 무게감이 전해진다.

Zf는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포함해 약 710g, Z 50mm f/1.2는 약 1090g이다. 바디와 렌즈만 합쳐도 1.8kg이다. 1.5L 생수병보다, 웬만한 16인치 노트북보다 묵직한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서는 건 초보 사진가에게 쉽지 않다. 무겁고, 크고, 눈에 띈다.

그럼에도 사진을 확인하면, 그 무게를 감당할 이유가 생긴다.

'

사진기'라 부르고 싶은 카메라

Zf의 레트로한 디자인에 반해 덜컥 구입했다면, 손에 쥐는 순간 당황할 가능성이 크다. 생각보다 크고 무겁다. 그립은 얇다. 확장 그립 무게가 얹어진다. 들고 다니기 편한 카메라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꺼내 찍는 카메라를 기대했다면, 현실은 다를 수 있다.

니콘 Zf /사진=테크M

대신 손에 익숙해질수록 '찍는 맛'이 진해진다. Zf를 카메라가 아닌 '사진기'라 부르고 싶은 이유다. 요즘 나오는 카메라는 사진은 기본이고, 영상 성능이 중요하다. 반면 Zf는 사진에 더 집중한다. 물론 영상도 찍을 수 있지만, 이 카메라의 존재감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외형부터 그렇다. 카메라가 사진만 찍던 필름 시대의 형태를 가져왔다. 황동 다이얼의 묵직한 클릭감, 경쾌하게 찰칵거리는 기계식 셔터음, 피사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큼지막한 뷰파인더까지, 사진에 집중하던 시대의 촬영 경험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니콘 Zf /사진=테크M

성능은 현대적이다. Zf의 2450만 화소 센서는 수치상 고화소는 아니다. 대신 파일 용량이 과하게 크지 않고, 어두운 환경에서도 노이즈 부담이 적다. 상급기와 동일한 EXPEED 7 화상 처리 엔진 기반의 AF는 정적인 인물이나 일상 스냅에서는 충분히 빠르게 따라붙는다. 이 카메라의 장점은 숫자보다 결과물의 질감에 있다. 색은 과하게 튀지 않고, 빛을 담백하게 정리한다.

여기에 필름 룩을 재현하는 니콘 이미징 레시피와 필름 그레인 효과를 더하면, Zf의 뉴트로 정체성은 더 분명해진다. 단순히 옛 카메라처럼 생긴 제품이 아니라, 필름 카메라의 기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카메라에 가깝다. 스마트폰에선 느낄 수 없는 사진 촬영 경험이 2023년 10월 출시 이후 2년 넘게 꾸준히 인기를 이어간 비결이다.

니콘 Zf /사진=테크M

타협 없는 1090g

Z 50mm f/1.2는 표준 단렌즈라고 부르기에는 상식 밖으로 크고 무겁다. 공식 기준으로 지름은 약 89.5mm, 길이는 약 150mm, 무게는 약 1090g이다. 조리개 1.2를 구현하기 위해선 대구경이 필수적이지만, 그렇다 해도 일반적인 50mm 렌즈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고 무겁다.

니콘 Zf와 NIKKOR Z 50mm f/1.2 S /사진=테크M

니콘에도 작고 가벼우면서 화질 좋은 50mm 렌즈가 있다. Z 50mm f/1.2가 유독 커진 건 작고 가볍게 만들지 못한 게 아니라, 설계 목표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해상력과 부드러운 보케를 동시에 노린 광학 구조, 아낌없이 들어간 특수 렌즈, 개방 조리개에서도 초점을 정확히 잡기 위한 멀티 포커싱 시스템까지, 니콘이 그린 이상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해 크고 무거워지기를 겁내지 않은 렌즈다.

니콘 Zf와 NIKKOR Z 50mm f/1.2 S /사진=테크M

이런 특징은 촬영 장소의 제약을 줄이고 독특한 연출을 가능하게 한다. 꽃밭에서도 꽃잎 한 장만 남긴다. 복잡한 간판과 가로등 불빛은 시선을 받쳐주는 원형 조명으로 바뀐다. 피사체는 선명하게 남고, 배경은 부드럽게 무너진다. 이 대비가 평범한 장면도 낯설게 만든다.

니콘 Zf와 NIKKOR Z 50mm f/1.2 S로 촬영한 사진 작례 /사진=테크M

같은 단렌즈라도 해상력에만 집중한 제품들과는 결이 다르다. 영상 활용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고성능 렌즈들은 소형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다. Z 50mm f/1.2는 이런 흐름과 정반대로 결과물에 무게를 실은, 지금은 보기 힘든 스타일의 렌즈다. 2020년 출시된 렌즈가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다.

(위부터) f/1.2, f/5.6, f/11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테크M

f/1.2 조리개 값에서 원경과 근경으로 초점을 이동한 사진 /사진=테크M

f/1.2 조리개값으로 촬영한 사진을 확대한 모습 /사진=테크M

빠른 기록 대신 신중한 한 장

Zf와 Z 50mm f/1.2를 함께 쓰면 장점과 단점이 모두 커진다. 단점부터 말하면 무거운 둘이 만나 더 무거워진다. 평평한 Zf에 1kg짜리 렌즈를 물리는 순간 한 손 조작은 포기해야 한다. 작은 스냅 카메라처럼 조용히 꺼내 들기 어렵다.

장점은 두 장비의 성격이 맞물릴 때 분명해진다. 50mm f/1.2의 얕은 심도와 부드러운 보케가 피사체를 배경에서 끌어내고, Zf의 색감과 이미징 레시피, 필름 그레인 효과가 장면에 질감을 더한다. 덕분에 평범한 순간도 단순한 기록보다 한 단계 더 연출된 사진처럼 보인다.

니콘 Zf와 NIKKOR Z 50mm f/1.2 S로 촬영한 사진 작례 /사진=테크M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레트로 취향의 카메라들이 주로 일상 스냅 용도를 지향하는 반면, 이 조합은 많은 장면을 빠르게 기록하는 쪽보다 한 장을 신중하게 찍는 쪽에 더 어울린다. 매일 들고 다닐 조합은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순간에 확실히 다른 결과물을 원한다면, 감수할 만한 무게다.

사진을 쉽게 만들어내는 시대다. 스마트폰도 배경을 흐리고, AI는 없는 빛도 만들어낸다. Zf와 50mm f/1.2는 사진을 빠르게 얻는 도구라기보다, 사진을 찍는 과정을 일부러 느리게 만드는 장비에 가깝다.

니콘 Zf와 NIKKOR Z 50mm f/1.2 S로 촬영한 사진 작례 /사진=테크M

나만의 감각이 담긴 한 장을 얻기 위해 1.8kg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 카메라를 기꺼이 들어 올린 사람의 시선과 기억은 어떤 AI 모델도 쉽게 재현하기 어렵다. 이렇게 쌓인 사진들이 AI 시대 속에서도 내가 존재했다는 흔적이 될 것이다.

/사진=테크M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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