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청사. 연합뉴스
“아무리 국가정보원이라지만 실시간 감청을 했는데도 20년이 지날 때까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되나요?”
6일 박길상 전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기자에게 경찰로부터 받은 국정원의 통신제한조치 관련 서류를 보여주며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제한조치 서류는 8장에 달했다. 통신제한조치는 일단 2개월간 이뤄지는데, 이것으로 부족할 때 2개월씩 최대 3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박 전 처장이 보여준 서류에는 국정원이 2005년 10월 첫 통신제한조치 허가를 받은 뒤 5차례 연장한 내용이 담겼다.
박씨는 “국정원이 집 전화는 물론 휴대전화까지 모두 감청하고 이메일도 모두 들여보고 있었다”며 “20년이 지나서야 경찰로부터 서류를 받아 확인하게 됐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온몸이 떨리면서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다. 이어 “통신제한조치를 했다면 그때 알려주기라도 했어야 하지 않냐”며 “내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알려주지 않았다지만 어떻게 20년 동안 내사를 진행하는지 모르겠다. 사실상 사건을 계속 묵혀온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으로부터 약 10년 동안 내사를 받은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된 이용규 전 민주노동당 인천시당위원장도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2005~2012년 인터넷 게시글을 이유로 내사 대상에 올랐다. 국정원은 2012년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 이메일 내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는데, 이씨는 이 사실도 최근 경찰의 불입건 통보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는 “어이가 없다. 2010년대에도 남의 사생활을 통보도 없이 다 들여보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라며 “‘국가보안법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꼈고, 정말 불쾌하다”고 했다.
이들은 국정원 수사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씨는 2005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인천시의 요청으로 통일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허가를 받고 북쪽과 접촉해 응원단을 인천에 데려오는 역할을 했다. 당시 북쪽 응원단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북쪽 인사 수첩에 이름이 적혀 있다는 이유로 국정원 수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박씨는 “정부에 신고를 다 마치고 적법하게 진행했는데도 무리하게 수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씨는 “국정원이 수사했다는 2012년 당시 민주노동당 시당위원장이었는데, (국정원이 진보단체) 간부들에 대해 들여다보다 건수가 있으면 사건으로 만들어 공개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한편 2024년 국정원으로부터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은 이 분야 내사 기간을 12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내사 일몰제’에 따른 것으로, 내사를 불필요하게 장기간 진행하면서 사건 관계인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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