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돌파 속 RIA 도입…외환 안정 기대 확대
해외주식 매도→환전→국내 투자 등 ‘원스톱 구조’ 구축
세제 혜택에도 ‘유턴은 선택’…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이지경제
국내 자본시장에 해외에서 국내로의 자금 이동을 유도하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증권사들이 일제히 대응에 나섰다. 해외주식 투자 열풍 속에서 빠져나간 개인 자금을 다시 국내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가 도입되자 주요 증권사들이 서비스를 동시에 출시하며 시장 선점 경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돌파한 상황에서 RIA 도입은 단순한 투자 상품을 넘어 외환시장과 증시 유동성까지 겨냥한 정책으로 해석된다. 해외주식 매도 자금의 원화 전환을 유도하는 구조인 만큼 환율 안정과 국내 증시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약 20여개 증권사가 RIA 상품을 일제히 선보였다. 당초 제도 도입 근거인 이른바 ‘환율 안정 3법’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며 출시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여야가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하면서 예정대로 출시가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2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RIA 및 개인투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의 이달 내 출시를 지원하고 후속 입법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RIA는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국내주식 등에 재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세제 특례 계좌다. 해외주식을 팔고 해당 자금을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투자하면 세제 혜택이 주어지며, 감면율은 5월 말까지 매도 시 100%, 7월 말까지 80%, 연말까지 50%로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단순 절세 목적의 ‘체리피킹’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올해 안에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다시 매수할 경우 해당 금액만큼 공제 혜택이 줄어드는 구조다. 세제 유인을 통해 자금 흐름 자체를 국내로 유도하겠다는 정책 의도가 반영된 셈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이 같은 제도 도입에 맞춰 발 빠르게 서비스와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비대면 기반으로 해외주식 매도부터 국내 투자까지 전 과정을 통합 제공하며 접근성을 높였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RIA 서비스 도입으로 해외주식 투자자금의 국내 복귀를 고민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해외주식 매도와 환전, 국내 투자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투자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 매도, 환전, 국내주식 및 ETF 투자까지 고객이 한 플랫폼에서 편리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혜택과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역시 수수료 우대와 이벤트를 통해 고객 유입 확대에 나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재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RIA 계좌를 통한 한국 주식 장기 투자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골드바·현금 지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까지 병행하며 RIA 계좌 확보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단순 계좌 확대를 넘어 자금 흐름 자체를 장기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해외주식 매도에서 환전, 국내 투자로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계좌 안에 묶어 고객 자산을 관리함으로써 리테일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 투자 생태계와의 연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은 결국 개인 투자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결국 제도 성패의 관건은 개인의 유턴 여부이며 결론은 조건부”라며 “최근에는 국내-해외주식의 방향성이 엇갈리며 대체관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업황이나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에 대한 낙관론을 보유한 개인은 유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강 애널리스트는 “해외주식을 순매수할 경우 공제비율이 줄어드는 만큼 개인 입장에서 해외투자를 일부 포기할지 혜택 조정을 감내할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해외 종목은 매도 압력에 노출될 수 있고 반대로 국내 시장은 유입 자금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경제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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