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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장섭의 기업과 경제] 자사주매입·소각은 '주주환원'일까

반도체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였던 인텔은 지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텔의 '주주환원' 정책은 2019년과 2020년에 정점을 찍었다. 2년 동안에만 277억달러(33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러나 그걸 믿고 주식을 계속...

인텔·보잉 자사주 매입에도영업 실적 감소에 주가폭락단기 주가 올릴 수는 있지만중장기적 영향은 불분명해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세 차례 상법개정 후 열리는 첫 번째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자발적으로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주주환원'을 늘리라는 주주와 정책 당국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부응하는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은 주주환원이라는 용어에 있다. 배당은 주주환원이지만 자사주 매입에는 '환원'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반도체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였던 인텔은 지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텔의 '주주환원' 정책은 2019년과 2020년에 정점을 찍었다. 2년 동안에만 277억달러(33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러나 그걸 믿고 주식을 계속 들고 있었던 사람들은 큰 손실을 봤다. 주가가 2025년 중반 19달러로 2020년 초 68달러 대비 70% 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잉도 마찬가지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약 117억달러(17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주가는 2019년 3월 430달러에서 2024년말 137달러로 70% 가까이 떨어졌다.두 회사의 주가 하락은 영업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인텔은 기존 사업에서 도전받고 신사업 진출에도 실패했다. 보잉은 기체 결함으로 사고가 나면서 거액의 배상을 해야 했고 주문도 뚝 떨어졌다. 반대의 경우와 비교하면 원인 파악은 명확해진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주 매입을 많이 하면서 주가가 올랐다. 자사주 매입에서는 인텔, 보잉과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유일한 차이는 영업실적이 계속 좋았다는 사실이다.이것은 자사주 매입에 대해 그동안 축적된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자사주 매입이 단기 주가를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중장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중장기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영업실적이다. 자사주 매입 후 중장기 주가가 올랐다면 그것은 자사주 매입 때문이 아니라 영업을 계속 잘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졌다면 영업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금융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에 '선택적 환원'이라는 어려운 문구를 갖다 붙인다. 배당은 주주들이 다 받는 '일반적 환원'이지만 자사주 매입은 매각 선택을 하는 주주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다. 환원은 주주가 기업으로부터 뭔가를 그냥 받는다는 말이다. 주주의 권리다. 배당은 당연히 환원이다.그러나 자사주 매입 후에 돈을 벌려면 적당한 시기에 주식을 잘 팔아야 한다. 회사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주주가 쟁취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 주식 거래와 똑같다. 주주가 매매시점을 잘 잡아서 차익을 얻는 것이다. 회사는 그 결정에 간여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이 매각 결정에 '환원'이라는 말을 붙이는가?자사주 매입이 환원이 아니라는 명확한 인식을 가질 때 기업과 주주 간의 갈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주주는 기업으로부터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배당이다. 이 진짜 주주환원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는 주가상승이다. 영업을 잘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주식회사는 장기 투자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고 경영인은 기업의 장기 생존을 책임진다. 배당을 잘 주고 중장기 주가를 올리는 것은 이들의 임무에 부합된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주주에게 좋은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데도 사회적 압력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일이다.배당과 주가상승을 동시에 보는 지표가 총주주수익률(TSR)이다. 중장기 TSR을 높일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을 놓고 주주와 기업이 긴밀히 협의하고 필요하면 정부에 대책도 건의해야 한다.[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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