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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율 칼럼] 호르무즈 연대, 거절도 수용도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될 경우, 반도체업계를 비롯한 우리 산업 전반이 입을 타격 역시 매우 심각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반도체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에너지 공급 차질로 인한 전력 공급 문제...

[신율 칼럼] 호르무즈 연대, 거절도 수용도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상당한 군사적 성공을 이뤘기 때문에 더 이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군사적 지원이 필요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며 “일본, 호주나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지원을 원한 적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영국, 프랑스 심지어 중국에까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위한 이른바 ‘호르무즈 연대’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한다. 이런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유럽 각국이 병력 파견을 꺼리기 때문에 화가 나서 한 말일 가능성이 크다.

독일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는 호르무즈 연대 참여를 거부했다. 여기에 더해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니,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움직임에 상당한 분노를 느낀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도움이 필요 없다”는 그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호르무즈 연합’에 각국의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요구는 여러모로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데 있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 중국에게 참여를 요청한 일이다.

아마 중국 역시 당황스럽거나 어이없게 느꼈을 것이다. 중국이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이란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과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상당한 간접적 타격을 경험한 나라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케이플러(Kpler)는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이 수입한 이란산 원유가 하루 평균 약 138만 배럴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매일 이 정도의 원유를 수입했다면, 이란이 해상으로 수출하는 전체 원유량의 약 80%가 중국으로 향한 셈이 된다.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해상 원유 수입량 가운데 약 13.4%가 이란산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공격했던 베네수엘라의 경우도 비슷하다. 중국의 해상 원유 수입에서 베네수엘라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4.5%였는데, 이 정도 규모라면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이들 국가로부터 원유를 들여온 이유는 이들 국가가 반미 성향의 불량 국가이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대한 공격 이후 중국의 원유 수입 경로가 막혔다. 중국 입장에서는 해상 수입 원유의 약 18%가량이 사라진 셈이 됐다. 싼 가격으로 이들 국가의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게 됐을 뿐 아니라, 중국의 원유 가공 업체들 역시 일감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으니 중국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美, 중국·이란 분리해 ‘이란 고립’ 노리나

이런 상황은 중국과 이란의 우호 관계가 어디까지나 부차적 요소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런 식의 타격을 입은 중국에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을 보내달라고 미국이 요청했다는 점이다. 타격을 준 뒤 이제 와서 당신들이 나서서 원유 수입 통로를 지키라는 말인데, 이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 중국 관련 선박, 즉 중국 국적의 선박이나 중국 위안화로 원유 수입을 결제한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은 이미 이란이 허용하고 있으니, 중국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함께 저항하자는 논리 역시 성립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종의 기선 제압을 시도하는 것일 수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2주 정도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하면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을 이란과 분리시켜 이란을 더 고립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 의도가 어떻든 분명한 것은 중국이 함정을 파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다른 국가들 역시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인 것은 분명한데, 이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우선 지켜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입장은 ‘신중한 접근’이다.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청해부대의 작전 임무 구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한 적은 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당시에는 전쟁 상황도 아니었고 또 자국민 보호라는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이 벌여 놓은 이란과의 전쟁에 우리가 가담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시작한 대(對)이란 전쟁은, ‘예방 전쟁’이라는 차원에서 국제법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런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전쟁에 우리가 ‘참여’하는 모양새가 되면, 국제법 차원의 정당성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게 된다.

우리가 이런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이란과의 관계 때문이다. 이란이 우리나라를 전쟁 가담국으로 판단할 경우, 양국 관계는 적대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다는 이유로 중동 국가들의 원유 시설 등을 공격하고 있는데, 우리 역시 이란의 적대국으로 분류되면, 아직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정박하고 있는 우리 선박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자체가 현재 상당한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데, 이란이 투척한 기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불확실하고, 이란의 지대함 미사일 공격 가능성 역시 매우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인명 피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반대 논리 역시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제 해상 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그런 이유로 국제법상 보호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를 ‘선별적’으로 막고 있는 이란의 행위는 국제법에 저촉되는 것이고,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가 노력하는 것은 당위론적 차원에서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터미널에 LNG 수송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韓 ‘호르무즈 협력’ 문제, 외교력만으로는 해결 어려워

우리 입장에서 미국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경제를 생각하면 미국의 제안을 손쉽게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없다’는 식으로 분노를 표현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어떤 ‘뒤끝’을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뒤끝이 관세 형태로 나타나든, 핵우산 제공 측면에서 나타나든, 우리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압박 가능성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될 경우, 반도체업계를 비롯한 우리 산업 전반이 입을 타격 역시 매우 심각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반도체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에너지 공급 차질로 인한 전력 공급 문제 발생 가능성과 헬륨과 같은 반도체 공정의 필수 요소 공급 역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업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성과로 꼽혀 온 주가 5000선 역시 당연히 위협받을 것이고, 고유가 문제가 심화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여권 입장에서는 국정 운영이 매우 어려워지고, 지방선거 전망도 매우 불투명해진다. 정치학의 경제 투표 이론(economic voting)에 따르면, 경제 상황이 나빠질수록 유권자는 현 정권을 심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연합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무력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 역시 성립한다.

우리가 설령 함대 파견을 결정하더라도,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한마디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시간을 끌며, 상황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외교를 통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외교력을 발휘하더라도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의 함대 파병을 요청한 이유 중 하나는 전쟁에 의해 발생한 미국 내 고유가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해당 전쟁은 미국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분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절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또 각국에 대한 파병 요청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 분쟁으로의 프레임 전환 전략일 수도 있다. 미국은 과거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 때, 처음에는 대량 살상 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논리를 펴다가 나중에는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국가들과의 연대 속에서 우리의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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