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정책 전문가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을 포함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가진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골프 회동은 지난달 초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문제점, 청년 주택 정책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며 “이제 87년 체제가 수명과 역할을 다했고, 지금 체제로 가면 결국 누가 대통령이 돼도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등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아니라 권력이나 책임이 배분되는 형태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전언이다. 또 이 대통령은 “이런 것(임기 단축을 통한 개헌)도 내가 먼저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다 반대하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해당 골프 회동은 조정식 국회의장의 이른바 ‘대통령 연임 가능성’ 발언이 논란이 되기 전에 있었다. 해당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그런 입장이 나온 바로 다음 날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가 가진 문제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국민적 수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더 주목할 부분은 이런 청와대의 발언 직후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 평가를 통한 책임 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며, 지방자치와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헌을 하자는 게 공약이자 지금까지 일관된 입장”이라고 직접 밝혔다.
만약 골프 회동 당시 이 대통령의 언급만 있었다면, 해당 사안은 그냥 넘길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골프 회동 당시 대통령이 먼저 개헌 관련 언급을 꺼낸 것이 아니라, 김태호 의원의 문제 제기에 답하는 형식으로 개헌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즉, 이 대통령이 개헌 이야기를 하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난 것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13일 보도만 있었다면 이를 확대 해석할 이유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4일 청와대 관계자의 입에서 다시 개헌 관련 언급이 나왔고, 연이어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까지 나왔으니, 개헌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수밖에 없게 됐다.
李대통령, 왜 ‘정치의 블랙홀’ 개헌 꺼냈나
지지율 하락에 ‘여론 관심 돌리기’ 추측
그렇다면 대통령과 청와대는 도대체 왜 지금 시점에서 개헌을 다시 띄운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이런 궁금증이 생기는 이유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런 언급을 한 시기가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시점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전당대회를 치르면 여권 전체는 전당대회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통해 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이것이 여권 전체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대통령이 직접 ‘정치의 블랙홀’인 개헌 관련 언급을 했으니, 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그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그 이유를 생각하기 이전에 여론조사 결과부터 분석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를 보면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즉 대통령 지지율은 44%를 기록했다.
또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해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8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511명을 대상으로 ARS 방식의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 두 조사 모두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에 이어 다시 하락해 43%를 기록했다. ARS 조사든 중도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응답하는 전화 면접 조사든, 대통령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진입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지율이 하락세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재의 지지율 흐름을 보면, 단순한 하락세 문제가 아니라 자칫 30%대 지지율로 추락할 가능성까지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본래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세가 매우 강한 인천·경기 지역에서조차 대통령 지지율은 41.5%로 40%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이 정도의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나타난다면 국정 운영이 순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반등이 쉽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대통령의 지지율뿐만 아니라,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당대회 국면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지난달 넷째 주에 비해 하락한 이유를 살펴보면(한국갤럽 기준),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문제이고, 그다음으로는 보완수사권 박탈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박탈 문제는 많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앞으로 보완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는 지속적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고 현 정권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다시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문제의 경우, 일각에서는 종부세를 내는 극소수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뿐,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이로 인한 지지율 하락도 곧 해소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현재 종부세 대상 주택의 숫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그 대상 주택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 비거주 1주택자와 임대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 때문에 전세 물량은 씨가 마르고 월세는 급등하고 있어, 그 피해가 상당수 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전세나 월세에 사는 국민은 주거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찬성하는 국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주택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4%에 불과한 반면,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5%였다는 점을 보더라도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알 수 있다. 과거 진보 정권의 실책을 현 정권도 반복한다면, 이 문제 또한 임기 말까지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권 차원에서 개헌 이야기를 다시 꺼낸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즉, 정권 차원에서 지지율을 반등시킬 모멘텀이 당분간 생기기 어렵다고 판단해 모든 정치적 쟁점을 빨아들이는 정치의 블랙홀 개헌을 꺼내 들어 여론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리려 한 것은 아닌지 추측해 볼 수 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부동산 대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개헌’과 ‘연임’ 동시 연상
오히려 여권에 부정적 인식 가질 수도
그런데 정권이 이런 의도를 가졌더라도, 유감스럽게도 여론이 정권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28일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 이런 등등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의 선택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인데, 국민들이 ‘개헌’이라는 단어와 ‘연임’이라는 단어를 함께 연상하는 상황에서 여권이 개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면, 국민들은 오히려 여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더 강하게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개헌 주장의 또 다른 이유는 대통령이 우리나라 정치판에 ‘새로운 전선’을 만들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새로운 전선이란, 여야의 대결 구도가 아닌 찬(贊)개헌 대 반(反)개헌의 구도로 정치권을 재편시켜 현재의 지지율 하락 국면을 돌파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물론 추론이지만, 이 역시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금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시도가 주효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로 당선된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단계적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하지만, 이런 예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정치적 문제를 빨아들이는 개헌을 의제로 제시했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개헌이라는 주제는 정권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덮어버리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실제로 개헌을 추진하기가 오히려 어렵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 판단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판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정치적 판단에는 어느 정도의 합리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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