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맥더미드 지음/ 문예춘추사/ 432쪽 / 1만9천800원
범죄 현장을 누비는 형사와 날카로운 추리력의 탐정, 그리고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는 과학수사. 오늘날 대중문화 속 범죄 서사에서 과학수사는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가 됐다. 그러나 과학수사가 지금과 같은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 축적된 실패와 도전, 그리고 집요한 연구가 있었다.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범죄소설 작가가 역사 속 사건 현장으로 뛰어들어 과학수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기록한 논픽션이다. 28편의 범죄소설을 집필한 저자는 초창기 법과학부터 미래 첨단 기술까지 과학수사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수사 기법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법과학을 단순한 기술 발전사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저명한 법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학수사의 역사와 관행, 미래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범죄 현장과 부검실, 전쟁터와 화재 현장을 넘나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한 사람들의 여정은 한 편의 범죄소설 못지않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구더기의 성장 과정으로 사망 시점을 추정하는 법곤충학, 극미량의 DNA 분석을 통해 범인을 특정하는 유전자 감식 기술, 디지털 흔적을 추적해 범죄의 실체를 밝혀내는 디지털 포렌식 등 오늘날 익숙한 과학수사 기법들의 발전 과정을 설명한다. 작은 증거 하나가 어떻게 결정적 진실로 이어지는지, 법과학이 왜 현대 형사사법 체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게 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과학수사를 둘러싼 ‘경외심’을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법과학이 단순히 범인을 잡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모호한 사실을 분명한 진실로 바꾸려는 인간의 의지라고 말한다. 실제 법과학자들이 보여준 정직함과 창의성, 그리고 지식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려는 태도는 과학수사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으로 제시된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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