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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간] 우리말(한글), 존재론적 문자

AI 시대 인문학적 전환을 모색하는 신간 『우리말(한글), 존재론적 문자』가 출간됐다. 이번 책은 문화인류학자이자 철학자인 박정진 박사가 집필한 'AI시대 인문학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한글을 단순한 문자 체계를...

[신간] 우리말(한글), 존재론적 문자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AI 시대 인문학적 전환을 모색하는 신간 『우리말(한글), 존재론적 문자』가 출간됐다. 이번 책은 문화인류학자이자 철학자인 박정진 박사가 집필한 ‘AI시대 인문학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한글을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 ‘존재를 담는 문자’로 재해석한 점이 특징이다.

이 책은 그동안 한글에 붙어왔던 ‘과학적 문자’ ‘합리적 문자’ ‘세계 최고의 문자’라는 평가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글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한글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을 인간의 발성기관을 본뜬 문자라는 점에서 찾는다. 자음은 혀·입·목 등 발성기관의 형상을 반영하고, 모음은 기본 음(ㆍ, ㅡ, ㅣ)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조는 기존 문자들이 추상적 기호 체계에 가까웠던 것과 달리 한글은 신체의 구체성을 직접 반영한 문자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자신의 철학 개념인 ‘신체적 존재론’과 연결한다. 즉 한글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몸을 통해 발생하는 ‘존재의 과정’을 기록하는 체계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음문자인 한글은 ‘의미를 담지 않는 문자’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저자는 한글을 ‘존재론적 표음표의문자’라고 최초로 명명하며 문자 자체에 이미 존재론적 의미가 내재돼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과 발음 속에는 이미 무의식적인 의미와 존재의 흔적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이 책은 근대 문명을 “설명의 문명”으로 규정한다. 개념과 정의 중심의 사고는 인간이 더 많은 지식을 얻도록 했지만 그 대신 삶의 깊이와 존재의 체험은 약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존재는 개념 이전에 소리로 시작돼 몸을 통과하며 발생하고 그 공통성 또한 보편성이 아닌 일반성에 있다고 보는 전환을 제시한다. 세 가지 요소—소리, 몸, 일반성—을 이미 문자 체계 안에 담고 있는 것이 바로 한글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의 핵심 명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한글은 개념문자가 아니라 존재문자이다.” 한글은 단순히 뜻을 적는 도구가 아니라 존재가 ‘숨 → 울림 → 신체의 사건 → 음절’로 발생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이는 민족주의적 자부심을 넘어 문명론적 차원의 해석으로 제시된다.

저자는 AI 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던진다. AI는 생각과 언어, 설명을 점점 더 완벽하게 수행하지만 숨 쉬고 늙고 죽으며 감사할 수 있는 존재는 여전히 인간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 고유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문자가 바로 한글이라고 강조한다. 즉 한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흔적을 담는 문자라는 것이다.

이번 신간은 『한글로 철학하기』 『존재와 어울림』에 이은 저자의 한글 철학 3부작 중 하나다. 저자는 기존의 서양철학·중국철학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한글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철학 체계를 제시하며 이를 인류 보편의 사유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저자 박정진

문화인류학 박사인 박정진은 기자, 논설위원, 연구소장 등을 거쳐 현재 세계평화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며 다수의 시집을 발표했고 철학·인문학 분야에서 100여권 이상의 저서를 집필한 대표적인 인문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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