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 생성 이미지. 식약처 전경은 최선재 선임기자가 직접 촬영한 청사 사진에서 추출.
198명을 모집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개채용에 1만800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 허가 심사 인력 공개 채용에 제약업계 연구 인력들도 대거 지원했다.
식약처는 최근 신약, 바이오시밀러, 의료기기 분야에서 일할 허가·심사 담당 공무원 198명을 공개 채용 공고를 냈는데, 응모자들은 제약사 석사급 연구원들이 집중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 인력의 지원이 많은 것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그 배경으로 약가 인하, 인공지능(AI) 도입 등 복합 요인을 꼽고 있다.
중견 제약사 R&D 센터의 한 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약가 인하가 예고되면서 내부적으로 R&D 예산이 삭감될 것이란 위기감이 돌고 있다"며 "아무리 제제 연구나 신약 개발 노력을 거듭해도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면 자신의 노력이 꽃을 피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연구소 연구원들이 식약처에 너도나도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작년 말 약가 인하 정책이 공식화된 이후 제약업계 전반에는 비용 절감 기조가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전제로 경영 전략 재정비에 들어가며 연구개발(R&D) 투자 축소와 예산 통제에 대한 내부 논의가 이어지면서 식약처 공개 채용을 향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제약사 연구원은 "석사는 내부적으로 '경력 2년 수준'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박사 인력 대비 경쟁력이 약한 구조"라며 "연구 역량을 갖추고도 조직 내에서 '애매한 포지션'에 머무르는데 여기에 R&D 예산 삭감이 예고되면서 석사 출신 연구원들이 처우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식약처 채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확산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며 "회사가 내부적으로 AI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연구원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석사급 연구원은 박사급에 비해 역할이 협소하고 데이터 분석에 치중된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AI 시스템 도입되면서 중간 레벨 연구 인력의 입지가 불안정해졌다. 채용 경쟁률이 급증한 또 하나의 원인으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식약처는 안정적인 처우와 정년 보장이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에 최근 연구원들의 공채 지원 문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중견 제약사 연구소 관계자는 "약가 인하, AI 도입 등으로 당장 앞이 보이지 않는 제약사의 현실보다 식약처 미래가 더욱 나아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서울에서 떨어진 충북 오송에 근무해야 하고 월급이 이전보다 줄 수 있지만 정년이 보장되고 육아 휴직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업무 환경이라면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식약처가 '최상위 규제 기관'이라는 점도 경쟁률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의약품 인허가부터 GMP 실사까지 식약처를 대하면 단순히 국과장 뿐 아니라 말단의 하급직 공무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할 때가 많다"며 "제약사에서 일하면서 식약처의 감시를 받고 지시를 이행하다보면 '규제 당국의 위치에 서고싶다'라는 마음이 들때가 있다. 공개 채용 지원률이 늘어난 것은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본질적인 욕망이 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에서 5년 이상 경력을 쌓으면 향후 1순위 스카우트 대상이 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들린다.
상위 제약사 대관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 자릿수에서 많아야 10여명 수준 채용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에는 허가 심사 인력만 198명에 달하는 대규모 채용이 이뤄졌다"며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인식과 함께 '이번이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합격하고 '식약처' 간판을 5년 이상 커리어에 남기면 향후 제약사 대관팀 영입 대상 1순위가 된다"며 "의약품 허가는 규정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심사 과정에서의 판단 기준과 적용 방식이 중요한데, 이를 실제로 경험한 인력은 대응 전략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식약처 출신이라는 이력만으로도 제약사 대관팀 영입 사례가 많고 규제와 인허가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정보 접근성이 커리어의 '퀀텀 점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1만 8000명이란 지원 숫자에 반영됐다는 의견이다.
한편 식약처는 최근 서류 심사를 마치고 채용 면접 절차를 거쳤다. 이번 공채에서는 총 198명 규모의 공무원이 채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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