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정의를 기다리는 것은
사냥 나선 사자 앞에
사슴처럼 멈추는 것
사자의 눈빛에 걸린 사슴은
소리 없는 숨으로 버티며
온몸의 근육이 떨려 미동도 못하고
사자의 시선이 떠나기만 바라고 있는데
죽음의 신이 피해 가길 기도하며
공포의 눈망울만 굴리는 사슴에게
제발 증명하라 하지 말아 줘
공포를 어떻게 증명해
조용히 바라만 보았다는 사자의 본심을
두려움에 발 묶인 사슴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어
법의 시간은 길고
사자의 행동은 교묘한데
어둠을 지나 새벽까지
법이 손 들어주길 기다린 사슴에겐
은신처가 필요해
법의 판정이 끝난 후
다시 돌아올 사자를 피해
눈에 띄지 않는
복수의 분노가 미치지 않는
은신처가 필요해
구미정 시인
2021년 월간 ‘시’ 등단
수상 경기노동문화예술제 은상
시집 ‘환승’
(사)경기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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