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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론] 주가 급락이 묻는 기업의 진짜 가치

실적은 사상 최고인데 주가는 폭락한다. 지난 6월 9000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가 불과 넉 달 만에 5000대 중반으로 밀려났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급락을 주도한 종목이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조원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70조원대로 추정되는 SK하이닉스라는 점이다.

[시론] 주가 급락이 묻는 기업의 진짜 가치

실적은 사상 최고인데 주가는 폭락한다. 지난 6월 9000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가 불과 넉 달 만에 5000대 중반으로 밀려났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급락을 주도한 종목이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조원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70조원대로 추정되는 SK하이닉스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지속 가능성 우려와 투자심리 변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주가 급락은 기업경영에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높은 실적에도 주가가 급락한다면 기업의 진짜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기업가치는 벌어들일 현금을 현재 시점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은 정해진 수치가 아니다. 기업은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을 확대하거나 축소하고, 생산방식을 전환하거나 사업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 이런 ‘선택권’에도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 재무관리의 실물옵션 이론이다. 이 관점에서 기업가치는 기존 사업가치와 실물옵션 가치의 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나타난다. 금리와 환율이 급변하거나 전쟁으로 경영환경이 흔들리면 기존 사업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기업이 보유한 선택권, 즉 실물옵션의 가치를 오히려 높일 수도 있다. 가령 환율이나 관세가 급변할 때 특정 국가에 생산시설을 집중한 기업은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서 경험했듯이, 생산거점 간 물량을 조정할 수 있는 기업은 관세 부담이 높아진 수출 경로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유리한 거점의 생산을 늘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서는 손실을 줄이고 유리한 상황에서는 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비대칭적 대응 능력’이 실물옵션 가치의 핵심이다.

이런 비대칭적 대응 능력은 현재의 이익과 기업가치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현재의 이익을 높이는 결정이 미래의 선택권을 줄일 수 있고, 현재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정이 오히려 미래의 선택권 가치를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성과를 평가할 때는 현재의 이익뿐 아니라 그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권을 확보하고 어떤 선택권을 포기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스스로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 결정의 비가역성이다. 지금의 결정으로 미래의 무엇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가? 한번 실행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은 당장의 이익을 높이더라도 미래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 둘째, 대응의 선택권이다. 같은 충격 앞에서 경쟁사는 바꿀 수 있지만 우리는 바꿀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선택 가능한 대안이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필요할 때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는가다. 셋째, 선택권의 행사 시점이다. 지금 실행할 가치와 기다릴 가치 중 어느 쪽이 더 큰가? 지금 실행할 가치도 있지만, 기다릴 가치도 존재한다.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정보를 얻고 불리한 결정을 피할 수 있지만, 경쟁 기업에 기회를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

이번 주가 폭락은 현재의 높은 실적이 반드시 높은 주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게 한다. 현재의 이익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새로운 선택권을 확보한 기업은 향후 경영 환경 변화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정부의 기업정책도 이런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이 오히려 기업의 선택권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진짜 가치는 지금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는가뿐만 아니라, 변화 속에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가에도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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