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 모두의거버넌스협동조합 이사장
인천시금고 선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데 잡음이 들린다. 17조 원 규모의 인천시 예산을 향후 4년간(2027~2030년) 운영하게 될 결정이니,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어느 정도의 혼란이나 공방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오직 시민 이익과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선발하려는 노력 속에 수긍될 일이다.
지자체 금고 선정은 엄청난 자금 규모와 파급력 때문에 늘 뜨거운 관심사였다. 이번 경쟁에는 2007년부터 약 20년간 인천시 제1금고를 도맡아 온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2금고)을 비롯해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도전자로 나서 첨예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 금고의 최우선 기능은 대규모 공공자금의 관리다. 시금고는 재산세, 자동차세, 주민세 등 시민들이 납부한 지방세와 과태료, 각종 수수료 같은 세입금을 수납·집행·운용하는 핵심 주체다. 지자체의 본예산과 기금을 관리하는 만큼 지자체 재정 운용의 안정성과 직결되며, 지역사회 발전에도 일정 몫을 담당한다.
금고로 지정된 은행은 지자체에 협력사업비를 출연하며, 이 자금은 지역 복지, 문화, 지역사회 발전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금고 선정 결과가 지역 자금의 선순환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지역 금융 생태계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지적한다.
이러하기에 시금고 선정을 두고 평가 기준이나 심사 절차의 객관성, 투명성이 당연하면서도 강하게 요구된다. 아울러 지역사회 기여 또한 강조된다. 이는 단순히 은행의 신용도와 '덩치' 같은 외형적 조건만으로 금고를 지정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앞으로 꾸려질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크다. 협치의 관점에서 결정 과정에서의 시민 참여는 물론, 지정 이후 시금고 역할 수행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평가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시민단체의 외부 활동도 필요하겠지만, 전 과정에서 시민사회, 의회, 지자체가 함께하는 협치는 신뢰성 확보와 지역사회 이익 극대화를 위한 필수 요소다.
심의위원 구성 시 시민단체, 전문가, 주민이 참여하여 밀실 행정과 특정 은행 밀어주기 논란을 방지해야 한다. 단순 금리나 금고 관리 능력을 넘어, 지역 재투자에 대한 평가와 공공성 기여도를 심사 항목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나아가 탈석탄·친환경 금융을 강력히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탈석탄 선언 은행 가점제' 등 탈탄소 금융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출연된 협력사업비가 지자체(장)의 쌈짓돈으로 쓰이지 않고 시민을 위한 공익적 목적에 쓰이도록 감시·견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빚어진 논란의 여파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시가 시금고 공모를 앞두고 특정 금융그룹과 수천억 원대 3자 동반성장 업무협약(MOA)을 체결하면서 공정성 훼손 시비가 촉발됐다. 아울러 투명한 협치를 강조하는 기조와 달리, 인천시가 5대 시중은행 대상 금고 지정 설명회를 비공개로 진행함으로써 절차적 투명성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척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공정성은 기본 원칙이며, 시금고 지정은 행정감시와 시민의 알권리 보장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시금고 지정을 통해 새로이 출범한 인천시 집행부가 정책 방향과 지역사회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꼼꼼히 짚어볼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경쟁에 참여하는 은행들의 자기 점검 역시 중요하다. 최종 선정을 염두에 둔 과도한 출혈 경쟁이나 눈치싸움으로 인천시민을 기만하거나 재정 운영의 공익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인천시는 시금고 지정과 운영 과정에 있어 철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해야 할 주체다.
/지영일 모두의거버넌스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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