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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대와 테크에 악마 편집장도 한방 먹었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 빌런이 있다면 급변한 시대와 테크놀로지다. 런웨이를 지켜온 나이젤... 이들의 고민은 잡지사가 빅테크에 인수될 위기에 처하면서 악화된다. 빅테크 사장(저스틴 서로)은 누가 봐도...

시대와 테크에 악마 편집장도 한방 먹었네

20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에서 20년 만에 만난 미란다(가운데·메릴 스트립)와 앤디(맨 왼쪽·앤 해서웨이)는 시대 변화를 함께 헤쳐가며 새로운 관계를 맞게 된다. 미란다의 곁을 지켜온 나이젤(스탠리 투치·오른쪽)은 2편에서 여러 명대사를 선보인다. /20세기스튜디오

20년 만에 돌아온 ‘악마’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더 이상 악마가 아니다. 입고 온 코트를 비서의 책상에 벗어던지던 편집장은 없다. 이제는 허둥대며 직접 옷걸이에 건다. 인사과에 민원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회의를 얼어붙게 하는 고압적인 독설도 금지다. 비꼬는 말을 꺼낼라치면 옆에 있던 비서가 헛기침으로 제지한다. 답답한 그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세상이 변했다. 설상가상, 갈라 파티 당일 폭로 기사가 터지고 패션지 ‘런웨이’는 타격을 입는다. 고심하는 미란다 앞에 탐사보도 기자로 성공한 20년 전 비서 앤디(앤 해서웨이)가 뜻밖의 원군으로 등장한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 빌런이 있다면 급변한 시대와 테크놀로지다. 런웨이를 지켜온 나이젤(스탠리 투치)마저 “종이 잡지는 아무도 읽지 않는다”며 “디지털, 다운로드, 스트리밍의 세상”이라고 자조한다. 다니던 언론사의 경영 악화로 해고된 앤디는 런웨이의 기획기사 담당으로 돌아와 수준 높은 기사를 써내지만 “페이지뷰가 형편없지 않느냐”는 질책에 좌절한다.

이들의 고민은 잡지사가 빅테크에 인수될 위기에 처하면서 악화된다. 빅테크 사장(저스틴 서로)은 누가 봐도 머리숱 약간 있는 제프 베조스다. 그는 “미래가 폼페이의 용암처럼 돌진해 오고 있다”고 일갈한다. “앞으로 잡지는 물론이고 모델이나 디자이너도 필요없을 것”이라며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날이 온다”고 장담한다. 미란다는 “인간이 만드는 예술과 아름다움은 지켜야 한다”며 맞선다. 그렇다면 인간적 예술과 아름다움은 누가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 그 해답을 찾아가며 영화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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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의 변화는 1편을 보고 감상해야 선명하게 보인다. 1편 주·조연이 그대로 나오며, 인물 관계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에밀리(에밀리 블런트)는 런웨이의 광고주인 명품 브랜드에서 일하며 미란다에게 갑질을 하지만, 후반부 드러나는 속내는 그녀가 진심으로 원했던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1편 결말에서 미란다에게 배신을 당하고도 여전히 그녀 곁에 있는 나이젤의 충심은 은근한 울림을 준다. “조용한 럭셔리라더니 너무 조용해서 보청기가 필요할 지경”, “합성섬유 아웃도어 천지라 성냥만 대도 불이 붙겠네” 등 2편의 촌철살인은 모두 그에게서 나왔다.

1편을 데칼코마니처럼 반영한 장면과 대사는 팬들을 미소짓게 할 만하다. 마지막 미란다의 대사를 1편에서 그대로 갖다쓰면서도 상황과 의미를 적절히 변주한 재치는 즐거움을 준다. 눈밝은 관객이라면 앤디가 마지막에 입은 조끼가 1편에서 가장 유명한 ‘푸른 스웨터’ 장면에서 입었던 옷의 변형임을 알아챌 것이다.

작지만 뚜렷한 변화는 남편과 남자친구다. 1편에서 미란다의 남편은 그녀를 버렸으나, 2편에서 재혼한 남편(케네스 브래너)은 “나에게 남는 건 뭐지”라며 한탄하는 미란다에게 “내가 있잖아(You have me)”라는 말로 최고의 위로를 준다. 앤디의 1편 남자친구는 생일날 놀아주지 않는다고 그녀를 비난했지만, 2편의 남자친구는 앤디를 믿고 기다린다. 다분히 여성 관객의 판타지를 반영한 설정이다.

예고편 때문에 불거진 아시아인 비하 논란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앤디의 비서 진 초우가 예일대를 나온 우등생이면서도 복장이며 말투가 촌스럽게 묘사돼 소셜미디어에서 비난이 일었다. 실제 영화에서 그녀는 뛰어난 기지로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후반부에는 장 폴 고티에 의상을 너끈히 소화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영화는 미래를 헤쳐나갈 정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위기의 폭풍이 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메시지다. 미란다는 “완벽하지 않기에 배신하고 실망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면서도 인간을 곁에 두는 쪽을 선택한다. 미래가 ‘폼페이의 용암’처럼 밀려올 때 예술과 아름다움, 불변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 의지하는’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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