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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각] '정년 후 계속 고용 문제' 해법없나?

초고령사회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떠오른 사획적 과제가 고령 인력 활용 문제이다.

[시각] '정년 후 계속 고용 문제' 해법없나?

지난 1일 국회 우재준 의원과·경총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고령자 고용의 합리적 해법: 정년 후 계속고용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경총)

초고령사회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떠오른 사획적 과제가 고령 인력 활용 문제이다.

이 문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인식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정작 이들을 받아줄 제도의 그릇은 비좁기만 하다.

최근 정치권과 경영계에서 논의되는 ‘정년 후 계속고용 활성화 방안’은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그 방법론을 두고 사회적 갈등의 골은 깊다.

가장 큰 쟁점은 ‘일률적 정년 연장’이냐, 아니면 ‘단계적·선택적 계속고용’이냐는 점이다.

법정 정년을 일괄적으로 높이는 방식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급격히 키우고, 이는 곧 청년층의 신규 채용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반면, 정년은 유지하되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등 기업의 여건에 맞게 고용 형태를 선택하는 계속고용 제도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목소리는 우리 노동시장이 직면한 엄중한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전문가들은 법으로 정년을 일괄 연장하는 것보다, 기업 여건에 맞는 ‘단계적·선택적 재고용’이 현실적인 최선책이라는 점이다.

경영계가 일률적 정년 연장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대다수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고주의(호봉제)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만 강제로 늘릴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게 된다.

이는 결국 기업의 신규 채용 역량을 갉아먹어 청년 세대의 일자리 기회를 빼앗는 '세대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이 지적했듯 일률적 정년 연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더욱 벌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이런 점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정년 후 계속고용 특별법’은 고령 근로자에게는 일할 기회를, 기업에게는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주는 합리적 절충안이라 본다.

정년퇴직 후 직무와 성과에 맞게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숙련된 인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산업별·계층별로 회복 속도가 다른 ‘K자형 경제’ 구조 속에서,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기업별 상황에 맞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실질적인 고용 확대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제도가 안착하려면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난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직무 가치와 성과에 기반한 보상 체계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고용 연장 모델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령 근로자의 숙련된 경험은 살리되, 기업의 부담은 낮추는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LG전자가 최근 노동조합과 임금·단체협약 합의를 거쳐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물론 전문성과 숙련도를 갖춘 직원을 대상으로 본인 의사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정년 이후 최대 1년간 근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고령 인력 활용을 둘러싼 사회적 요구에 선제 대응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정년을 기준으로 일괄 퇴직시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숙련 인력을 유지해 기술 전수와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본다.

이는 인공지능(AI) 확산 국면에서도 현장 경험과 노하우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정년 후 재고용 제도는 이미 주요 제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현대차·기아는 2019년부터 연구소와 생산·정비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재고용을 시행해왔으며, 지난 2024년부터는 기간을 최대 2년으로 늘렸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임단협을 통해 기존 선별 방식에서 나아가 재고용 대상을 전 퇴직자로 확대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일률적 정년 연장에 매이지 않고 숙련 인력을 재고용해 기술 전수와 생산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명장’을 중심으로 퇴직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시니어 트랙’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기술전문가(HE) 제도를 도입했다.

자동차·철강·조선 업체들도 재고용을 통한 생산 안정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고용 연장 모델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정부 또한 단순히 기업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마중물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시행중인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확대와 같은 정책적 인센티브 강화로 실질적인 유인책을 강화해 기업의 참여를 더 이끌어내야 한다.

최근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중장년 계속고용 지원 사업처럼 지역 특성에 맞는 모델 발굴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누가 더 오래 자리를 지키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더 많은 세대가 함께 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 경총 토론회에서 강조된 '유연한 계속고용'은 고령층의 숙련된 경험과 청년층의 역동성이 공존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노사정 모두가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상생을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소모적인 정년 연장 논쟁에서 벗어나 청년과 고령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한국형 계속고용 모델'을 정착시키는 데 사회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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